때가 되면 만나고 또 때가 되어 헤어지는 시절인연.
이별도 이와 같을 테지요.
텃밭에서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며 길고 짧았던 인연들을 생각합니다.
백일홍을 참 좋아합니다.
열흘 붉은 꽃 없다는데 백일이랍니다.
물론 그 열흘이 단지 숫자를 의미하는 건 아니죠.
백일 또한 그러하겠지만 덧없고 허망한 열흘의 열배나 되는 시간,
심정상으로는 영원에 가깝습니다.
꽃이 빨리 보고 싶어 물 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죠.
가물어 그런가.
뽀득뽀득 마디게 자라는 게 꼭 딸아이 어린 시절 보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 때가 되어야 하는 것을요.
드디어 백일홍 시절.
제게 온 이 꽃인연에 감사합니다.
흔한 대추나무에서 꽃 본 기억이 왜 없을까요?
분명 꽃 진 자리에 열매가 달렸을 텐데 말입니다.
너무 예뻐서 따먹지 못한 그 뜰보리수 열매.
끝내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죠.
천국에서 추방당한다 해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참고 있던 사이 농익어 단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열매는 입안에 넣자 스르르 녹더군요.
홀로 시합이라도 하듯 씨앗을 멀리 더 멀리 뱉아가며 뜰보리수 아홉 알로 한참을 놀았습니다.
이 순간 나눠 줘야할 아담이 없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