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의 상징 성 요셉 대성당(Saint Joseph's Oratory of Mount R0yal),
치유의 기적으로 널리 알려진 카톨릭 성지입니다.
대성당으로 오르는 중앙에는 긴 나무계단이 있습니다.
사진으로 담지는 못했습니다만.
제법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걸음 걸음마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오르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행여 기도하시는 분들의 무릎이 상할까 성당측에서 콘크리트가 아닌 나무로 계단을 만들었다는군요.
그 간절함이 부디 하늘에 닿았기를!
앙드레 수사님의(1845 ~1937) 초상화입니다.
손에 들고 계신 호리병의 의미가 따로 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치유의 명약쯤 되지 않을까 나름 추측해봅니다.
초상화 앞에 서자 불교의 약사여래불이나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을 치료하는 의사 파이안이 연상되더군요.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 저는 세상의 모든 종교를 믿습니다.
각 종교마다 슬로건처럼 내걸은 아름답고 따뜻한 말들을 좋아하죠.
하늘로 오르는 길이 다를 뿐,
도착지는 모두 같을 거라는 믿음 또한 아직도 변함이 없습니다.
진통제로 겨우 통증을 달래가며 도착한 곳이 치유의 성인이 모셔진 성당.
지화자,기회로구나.
초상화 바로 앞에는 때마침 의자도 하나 있습니다.
재고 자시고 할 것 없이 곧바로 두 손 모아
그보다 더 간절할 수 없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병든 몸을 이끌고 와 치유를 경험한 수 많은 사람들처럼
먼 이국땅에서 온 제게도 그런 기적을 보여주소서.
하여 옷보따리만큼 챙겨온 약봉다리를
감히 이 성당 안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도록 은혜를 베푸소서.
사실 기도를 하면서도 스스로 좀 염치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습니다.
세상에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격는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겨우 팔 한쪽 욱신댄다고 기적을 운운하다니요.
고작 이런데 써먹자는 기적은 아닐겁니다.
아이고,낯짝에 철판을 깔지 않고서야...
기적은 더 다급한 사람에 양보하는 것으로요.
목발을 짚고 왔다가 병이 나아 그대로 두고 간 것들이라고 합니다.
성당 구석구석 엄청나게 많습니다.
앙드레 수사의 생전 모습을 재현해놓은 방입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병약하게 태어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왜소한 모습입니다.
성당 내부 스테인드 글라스.
스테인드 글라스나 전통 조각보나 빛이 투과할 때가 진정 아름다움의 극치죠.
모시나 노방을 이용해 조각보를 만들면 참 좋겠구나 싶어 담아왔습니다.
오래 전 모드리안 흉내 내다가 제풀에 민망한 적이 있습니다.
마음은 이렇게 저렇게 하면 못 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먼저 늙어가는 육신이 늘 문젭니다.
저만치서 철딱서니 없이 노니는 마음 불러들이느라 삭신이 늘 고생스럽습니다.
온 몸에 멍을 달고 사는 것 또한 그 중 하나구요.
아직은 청춘인 나무그늘양, 보고 있나?
이거 한 번 만들어 볼 생각 없나?
앙드레 수사님이 실제 기거하셔셨던 집입니다.
대성당에 비하면 미니어처 수준입니다.
내부의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웰빙, 웰다잉에 이어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란 말이
방송 매체나 서점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조금 극단적이긴 하지만 앙드레 수사님의 방은 그야말로 그 대표적 예죠.
저는 그분이 보여준 기적의 증거물들보다 이 작은 방에서 더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빈곤,
정신적 빈곤과 물질적 풍요의 상관관계를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버리고 줄이고 꼭 필요한 것 외에 욕심내지 않는 것.
요요 현상 극복한 다이어트만큼이나 힘든 일이죠.
그나마 버리고 줄이기는 하겠는데 꼭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가려내는 일은
수학 공식보다 더 어렵습니다.
욕심은 늘 다 필수품이라고 벅벅 우기거든요.
어떡하든 합리화 정당화할 방법을 찾아냅니다.
엊그제 옷 몇 벌을 재활용박스에 넣으면서 속으로 헛헛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정작 힘든 건 따로 있습니다.
사람 버리기, 드런 정 떼어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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