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쉬었나 봅니다.
안부를 묻는 전화를 받고는 겨우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별일 없는 게 별일,저는 여전히 어제처럼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휴대폰에서 서로 연락하지 않아 화석화된 전화번호를 지우고
서랍을 뒤적여 찾아낸 안 입거나 못 입는 옷과 살짝 코팅이 벗겨진 냄비를
재활용 상자에 던져넣는 것으로 묵은 해를 보냈죠.
그리고 의미를 잃은 지 오랜 새해를 맞았구요.
그렇게 많은 계절을 보내고도 갓 시집 온 새댁이 시어머니 얼굴 마주하는 것처럼
여전히 불편하고 힘든 게 겨울입니다.
더구나 오늘은 영하 이십도.
영하 이십도라면 얼마 전 한바탕 홍역을 치룬 터라 새삼스레 놀랄일은 아니죠.
하지만 맞아본 사람만이 아는 체감 통증은 다릅니다.
맞은 자리 또 맞는 기분이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어느 해 겨울 축제에 갔다가 진저리치고 온
철원 추위도 있는데 뭘...하신다면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만
연천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엊그제 오후부터 내려 쌓인 눈 위로 칼바람이 샥샥 스칠 때마다
살갗에 닿으면 베일 듯한 눈발이 어지럽게 휘날리는 거리는
어휴~무섭습니다.
대책없이 아프던 몸 여기저기는
대책이랍시고 닥치는 대로 돌아다닌
한의원과 침술원 정형외과 병원 덕에 어지간히 수습은 됐습니다.
남은 건 견봉 쇄골 관절염.
근육강화주사와 체외충격파 치료를 병행하며 장기전에 돌입했죠.
통증도 만성이 되니 그러려니 하게 됩니다.
통증과 우울을 이고 지고 해를 넘어왔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드러누우면 그나마 덜 아픈 목과 등 통증 때문이었는데요.
시나브로 그 증상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커피 한 잔 하자거나 얼굴이라도 좀 봐야지? 하는 전화가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미친 듯 돌아다니고 남은 시간 꽃 만들기.
백 개를 목표삼았는데 벌써 절반을 훌쩍 넘었습니다.
굳이 백 개여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만 어쩐지 목표라면 포만감 가득한 숫자,
빈약해보이지도 과해서 욕심 사나워 보이지도 않는 숫자 백이 좋을 것 같았죠.
잘들 지내시죠?
저도 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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