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장포,돌창포,어느 것이 정명인지는 모르겠다.
까칠진숙 또는 허풍지수, 무엇으로 불리든 나는 나인 것처럼
돌이든 장이든 그럴 만하니 붙여 놓았을 것이므로 도감찾기나 검색은 포기한다.
그리고 나는 둘 중 마음에 드는 이름,돌창포를 골라 부르고 있다.
꽃이 뿌리 내리고 사는 바위와 살 베일 듯 서슬퍼런 창포잎의 이미지가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다.
그럼에도 수십 년 살아오며 수집해 뇌리에 저장한 어휘들 중
기개가 넘치거나 전투적인 무엇들과
꽃의 이름이 오버랩되는 건 참 마음 불편한 일이다.
고인이 되신 아버지가 심사숙고할 가치가 없다 해서
거의 일초만에 지어준 내 이름처럼 말이다.
흐르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은 외롭다.
무심히 흘러 오고 또 갈 뿐 머무르지 않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디 강물 뿐이랴.
시간이, 사람의 마음이 또 그렇다.
바위에 오도카니 핀 돌창포는 물가에 앉아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연상케 한다.
낭창한 줄기 끝에 눈물인듯 맺힌 하얀 꽃들을 보는 순간
하아! 깊고 긴 숨이 절로 터져나온다.
너를 어쩌면 좋으냐.
내년에 다시 보자하고 돌아선 그날 이후 참 오랜만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개화시기는 하필이면 장마와 맞물려 있다.
보고 싶은 마음으로는 불행이고
성난 물줄기가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니 한편 다행이다.
개체수가 줄어 안쓰러움이 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