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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와 풍경

으름난초,간월암

by 타박네 2018. 7. 16.

 

  뒷북치는 것도 나름 괜찮다.

  환호와 열광에 휩쓸리기보다

  철 지난 바닷가나 축제 끝난 광장을 배회하는 것도 좋다.

  그 스산한 자리에 미열처럼 남아있는 수 많은 사람들의 흔적들은 흥미롭다.

  하다보면 뒷북도 치기 나름이고

  뒷북에도 남다른 의미와 멋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런 연유로 조금 시기가 늦은 꽃들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건 아니다.

  다만 이르거나 늦거나 중에 하나 고르라면 때 늦은 것,

  한물 갔다거나 끝물이라는 말로 서운함을 대신하며

  총총 사라진 자리에서 나홀로 치는 뒷북.

  어쩌다 시기가 절묘하게 들어맞아

  귀하신 꽃님들이 환상적 컨디션을 뽐내기라도 하면

  어쩐지 내 몫이 아닌 듯해서 송구스러울 적이 있다.

  그럴 때면 찍는 일에 다소 비장하기까지 한 몇몇 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정말이지 오지랖으로 쌈 싸 먹을 인간이다 내가.써글~

 

  내 기준으로 어제 만난 으름난초는 더 바랄 것 없을 정도로 적기였다.

  모름지기 꽃이라 하면 '분홍빛깔에 매초롬한 꽃잎'으로 시작하는

  나의 꽃 기본공식에서 한참이나 먼,

  마치 지난 밤 도깨비 장난으로 뚝딱 만들어진 것인양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꼭 한 번 보고 싶었다.

  보고 싶지만 보고 싶다고 먼저 말하지 않은 게 원칙.

  실땅님이 먼저 으름난초를 말했을 때 내심 뛸 듯 기뻤다.

  시기가 지나 꽃은 많이 시들었을 테지만

  어쩌면 조금 남은 꽃과 함께 열매도 볼 수 있을 거라는  

  선생님의 말씀은 그대로 맞았다.

  꽃자리는 잔치가 끝난 마당처럼 고요하고 쓸쓸했다.

  으름난초는 제 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시절을 보내고

  조용히 다음 시절로 넘어가고 있었다.

 

 

 

  계요등

 

 

 

 

  간월암

 

 

 

 

  사철나무(수령 250년)

 

  길가에 늘어선 식당마다 주메뉴로 이 게국지를 내세우고 있었다.

  처음 들어봤으므로 당연히 먹어 본 적도 없다.

  호기심에 주문했으나 새삼스런 맛은 아니었다.

  나는 '무엇을'보다 '누구와'를 더 가치있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게국지는 죽여주는 맛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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