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지난 해 2월 말일 경 독서 100권 목표로 숫자 세기를 시작했으니
일 년이 되자면 아직 두 달의 여유가 있다.
사실 이제 숫자는 별 의미도 없다.
즐거움은 충분했고 약간의 보너스같은 보람도 챙겼다.
최근들어 책 읽기에 속도가 붙지 않는 건 눈 때문이다.
건조하고 흐릿하고 아파서 불편하다.
노년에 실명하신 아버지 생각이 날때면 더럭 겁도 난다.
그러다가도 까짓거,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오기도 생긴다.
지금 못 하면 나중은 없다는 절박함이 오기 내지 객기의 원천이다.
잠 안 오는 밤,
안약과 인공누액을 들이부으며 책장을 펼쳤다가 덮었다가 생쇼를 한다.
무얼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지만
이 나이 되고 이런 몸 상태가 되고 보니 선뜻 긍정하기 어렵다.
다 때가 있는 기라,씨 뿌릴 때,거름 줄 때,모종 심을 때,약 칠 때...
대장 할매의 쩌렁쩌렁 힘찬 잔소리가 잔소리가 아니었음을.
때를 놓치면 개고생이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어야 했다.
라떼의 식탐은 끝이 없다.
핫팩으로 데워놓은 자리도 마다하고 문 밖에서 안을 주시하고 있다.
간식을 줄 때까지.
먹고 나면 다시 간식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
집요하다.
그러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모르니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