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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Book소리

일흔 일곱

by 타박네 2021. 1. 15.

라면을 끓이며/ 김훈 산문

 

물고기가 잘피 숲에 모여 살듯이 그들은 숲속이나 병영의 잔해에 깃들여 있었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숲에서는 먹을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들의 가난을 무소유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무소유는 소유가 있고 나서야 말할 수 있는,스타일리시한 개념이었다.90p

 

삶은 살아 있는 동안만의 삶일 뿐이다.

죽어서 소멸하는 사랑과 열정이

어째서 살아 있는 동안의 삶을 들볶아대는 것인지 알 수 없다.137p

 

모카의 한쪽 귀는 반쯤 잘려 있다.

영역타툼이나 천적의 공격으로 물어뜯긴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저항 못할 상황에서 예리한 무엇으로 단번에 자른 듯하다.

사료에 치즈 몇조각 더 넣어주는 것으로 그 고단한 삶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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