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탄천으로 이어지는 작은 골짜기지 싶다.
앉은부채가 많더라며 몇 해 전 약초가게 사장님이 알려주신 장소다.
보름 전쯤인가?
실장님과 함께 찾았지만 희미한 흔적조차 없었다.
여기저기 흙이 무너져 내린 걸로 봐서
자생지가 완전히 훼손됐나 보다 하고 말았다.
어제에 이어 꿩의바람꽃을 만나러 가는 길에 잠깐 들러보기로 했다.
퇴직을 하고 시간적 여유가 생긴 남편이 마음의 여유까지 생겼는지
꽃소풍 가자고 하면 흔쾌히 따라나서
운전기사겸 보디가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오래 전 동막골에서 맺혔던 한이 슬슬 녹아내리고 있다.
오래된 빈집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까,어디로 떠났을까,정답게 살았을까...
주인은 이 작은 집에 커다란 털실 뭉치와 카세트라디오와
자개로 만든 고급스런 화장대를 남기고 떠났다.
그것들은 집의 외형만큼이나 낡고 망가졌다.
마루에서 다섯 걸음 앞,
흐르는 맑은 개울에서 머리를 감고 얼굴을 씻고
화장대 앞에 앉았을 여인네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행복했을까.
개울 바닥과 낮은 절벽의 바위가 근사한 골짜기다.
돌단풍 꽃이 필 즈음 한번 더 가야겠다.
예상했던 대로 흙이 무너져내린 자리다.
그 많던 앉은부채는 그만 흙더미에 쓸려 사라져버렸고
남은 것들은 그 위에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다.
아파트 화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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