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에 닿는 바람이 알싸하다.
비 온다 하면 비 오고 추워진다 하면 추워지는 게 신기하다.
예전에는 구라청 사기청이라며 믿지 않던 일기 예보를 이제는 종교처럼 믿는다.
눈 뜨면 아침 기도 하듯 찾아본다.
미세먼지 보통,이것만도 감사하다.
우리가 느끼기에는 바람이 다소 거칠다 싶지만 쟤들에게는 비행하기 딱 좋은 날씨인가 보다.
바람을 타고 날 때 보면 힘 하나 안들이고 거저먹는 것 같은데
그 중 날개가 꺽이며 휘청대는 녀석이 있다.
뭐야, 아마추어같이.
맞다,비행 초보 유조다.
두루미들이 날아오르니 수리들까지 난리다.
정확한 이름을 몰라 꼬리 하얀놈,까만놈,얼룩이덜룩이로 부른다.
마들렌,쿠키,치즈 스콘...카사장, 고맙다!
개안마루에서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도 하늘 높이 두루미들은 종횡무진 분주하다.
내가 목이 뻐근할 때까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카사장은 벌써 이삭을 한 짐 해온다.
더럭 겁이 나는 나와 달리 아주 신났다.
퍼런 하늘에 허연 낯달이 뜨고 두루미들은 연신 날아오고 두루미들이 날자 수리들까지 덩달아 신이 났는데
콩이나 까고 앉았으려니 가뜩이나 아픈 허리가 더 아프고 시린 손이 더 시리다.
뭐라할 사람 하나 없지만 공연히 미안해서 나 허리 운동할거야 라며 일어나
냅다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쏴대곤 했다.
결국 강제로 반 넘게 남은 콩대를 뒷쪽 마른 덤불 속에 감춰두고서야 자리를 털고 일어설 수 있었다.
먼지버섯
여기저기서 주워와 연출한 것.
사진 찍고 제 자리에 얌전히 놓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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