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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걷는 길

오후 산책 8

by 타박네 2022. 1. 7.

      거저울길

 

      

      이 길을 니체강변길이라 이름 지었다며 수줍게 말하던,

      좀 철학적인 친구를 만나러 갈 때만 해도

      두 사람이 나란히 걷지도 못할 만큼 좁고 가파랐다.

      그때가 십대 후반.

      철망과 마른 덤불 사이 표지석을 자세히 살피니 세운 해가 1986년.

      지금처럼 반듯하지는 않았겠지만 길같은 길을 만들고 그걸 기념해 세운 듯하다.

      돌을 쪼아 글을 새긴 정성을 생각해서라도 저리 처박아두지 말고 

      오가며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아줬으면 좋겠다.

      한자리에서 삼사십 년 버티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얼마 전, 벌써 한 달쯤 된 것 같다.

      길이 질어 중간에 발걸음을 되돌린 적 있다.

      날 잡고 마저 걸어야지 했는데 없던 철문이 콱!

      이 일대가 군훈련장이긴 하다.

      하지만 강변길까지 막을 거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나처럼 이 길을 좋아하는 산책객들이 더러 있는데 참 서운하게 됐다.

 

      왼쪽길이 막혔으니 오른쪽 산길로~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차가 다닌 흔적과 함께 길이 사라졌다.

      이 일대는 오래 전 쑤석거리며 다녀본 터라

      아무렇게나 올라가고 내려가도 뻔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인근에 군훈련장이 있고 잡목과 풀이 너무 우거져 마음 편치는 않다.

      일단 여기까지.

      그래도 소득이라면 사방이 막혀 아늑한데 햇살은 잘 스며드는 명당을 찾은 것.

      누군가 봄이다! 하면

      곧바로 복수초며 너도바람꽃같은 게 막 다글다글 올라올 것 같은 좋은 느낌.

 

 

 

      고탄교 다리 밑, 다 어디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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