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꽃들도 바쁘지만 나도 바쁘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꽃들은
과감히 뽑아 자리를 옮겨 줘야한다.
힘내라고, 부디 살아남아 꽃을 피우라고,
쓰담쓰담 대신 거름흙 듬뿍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흥부네 단칸방처럼 옹색하기 그지없는 꽃밭에서
지인들이 주신 갖가지 씨앗들을 뿌릴 최적의 장소를 찾는 것도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까칠하거나 잠깐 한눈파는 사이 남의 영역을 침범하는 무작스런 녀석 옆자리 피하고
점점 몸집이 불어날 것을 대비해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해줘야 하는 녀석 곁도 안 되고
내 등짝에 심을 수도 없고...
해도 어울렁 더울렁 다 살기 마련이다.
흥부네 밥상같은 꽃밭,숟가락 한두 개 더 얹는 건 아주 쉬운 문제기도 하다.
풀떼기 같은 거 좀 심지 마라며 불간섭 조약을 깨는 지주님은 여전하지만
이제 그쯤은 가볍게 무시한다.
엄청 귀한 거야! 한마디면 찍소리 못한다.
흰라일락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러 들어간 화원에서
제법 커다란 수국 하나를 사들고 나오다가
이 흰금낭화 앞에 서고 말았다.
마음을 정하고 후우, 작게 한숨을 내리쉰 다음 살그머니 수국을 내려놓으며
사장님, 이걸로 바꿔갈게요.
지난번 보다 가격이 내렸는지 만원을 돌려주신다.
이렇게 해서 붉고 희고...다시 완전체.
행여 초롱꽃이 귀찮게 할까 싶어 돌을 묻어 구역 정리를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