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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Book소리

빌 브라이슨의 재밌는 세상

by 타박네 2011. 1. 31.

 

우리를 특별하게 했던 반짝이는 기억들

The Life and Times Of the Thunderbolt Kid

 

여섯 살이 채 되지 않은 어느날 , 지하실에서 발견한 초록색 순모 티셔츠.

가슴부분에 선명한 썬더볼트(번개) 무늬를 보고는 자신이

저 먼 우주별 엘렉트로의 볼튼왕 아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빌 브라이슨.

 

'가장 문장을 맛있게 쓰는 사람'

누구나 빌 브라이슨을 그렇게 소개한다.

여기에 딴지를 걸 이유가 없다.

한꺼번에 좌르르 읽어가기보다는 맛있는 초코렛일수록 아껴 먹는 심정으로 야곰야곰~

맛있다.

 

엽기적인 행동을 일삼는 아버지와

( 한밤중 아랫도리를 벌거벗고 부엌을 서성이며 간식을 먹는)

모든 음식은 일단  새까맣게 태우고보는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 그래서 가족들은 부엌을 화상병동이라고 부른다)

빌 브라이슨이

195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진솔하게 그러나 표현은 과장되게 들려주는 자전적  성장 에세이다.

 

요즘 아이들과 달리

아침 8시만 되면 집 밖으로 쫓겨나서 몸에 불이 붙거나 피를 철철 흘리지 않는 한

집에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지도 않던 어린시절,

신문 배달을 할 때 유독 애를 먹이던 구독자의 집에 배달될 신문에 코딱지를 붙여 넣던 짖궂은 소년 시절.

해마다 딱 한 번 주박람회에서 열리는 스트립쇼를  보는 것이 지상 최대 목표였던 사춘기 시절.

이보다 더 재미있는 세상이 어디 있단 말인가.

오죽하면 죽음까지도 재밋거리가 됐다고 말할 정도다.

특히 나는 안전하면서 남에게 무자비하게 가해지는 죽음의 향연 말이다.

(놀라지 마시라. 당시 미국이 자행했던 핵폭탄 실험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내가 죽지만 않는다면' 모든 것이 다 재미있다는 빌 브라이슨!

 

유머와 재치가 넘치는 그의 입담을 보면서 그동안 내가 즐겨 써먹었던

약간의 과장된 표현들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였구나 하는 참담한 생각이 든다.

 

신호 대기중 조금 지루하다 싶을 때

'여기서 기다리다간 없던 애기 만들어 돌잔치하고 가도 되게 생겼네'라든가

봄 어느날 살짝 열려진 창문으로 대륙을 건너 날아온 황사가 방바닥에서 서걱거릴 때

' 상추랑 쑥갓 씨앗 둬 봉지는 뿌려도 되겠는데?' 이 정도의 가벼운 뻥 말이다.

 

 이런 내게 주변의 지인들은 

'넌 숨 쉬는 것도 잘 살펴봐야 돼. 그것도 뻥일 수 있거든' 한다.

그 얘길 듣고 와서는 울냥반에게 한마디 했다.

'혹시 말이야, 내가 죽더라도 냉큼 묻어버리지 말고 잠깐만 기다려 줘.

이야! 하면서 벌떡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아무리 그래봤자 빌 브라이슨에 비하면 난 졸에 불과하다.

분발해야지. 

 

그렇다고 이책이 허구로 꾸며진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누구에게나 있었던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향한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던 어린시절,

그 눈물나게 아름다웠던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 같은 책이다.

그 긴 여행이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는 건

작가의 넘치는 재치와 유머, 내가 즐겨 써먹는 허풍스런 표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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