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기도를 마치고 나자 슬슬 배가 고프다.
그러고보니 한동안 기름진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다.
어제도 그제도 풀만 먹었다.
이러다 피까지 파란 스머프가 되는 거 아닌가 싶다.
피오나가 질색하는 핑크색 전투복을 입고
혼자 놀기 딱 좋은 주방으로 간다.
간만에 꼬신 냄새 좀 풍겨보자.
조림을 하려고 사다놓고는
그길로 내 기억속에서 사라졌던 연근 한 뿌리.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반 넘게 곯아버렸다.
할 수 없이 드르륵 믹서기에 갈아 전이나 부친다.
빨강, 노랑파프리카, 양파, 쪽파를 송송송~
갈아 놓은 연근에 부침가루 조금 섞고 뒤적뒤적 반죽해
한 숟가락씩 떠 동그랗게 부쳐낸다.
간은 소금으로 살짝만.
말 안하면 연근인지도 모른다.
맛이 거의 감자전과 비슷해 차지고 쫄깃하고 고소하다.
부쳐놓은 연근전을 보니 조걸 누구 코에 붙이나 싶다.
그래서 한 가지 더 하기로 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버섯사랑.
기름진 음식이 당길 때마다 만들다 보니
이제 남편과 피오나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의 온갖 버섯을 몽땅 송송~
청양고추,양파, 쪽파, 당근도 덩달아 송송송~~~
잘게 썰어둔 세상의 모든 버섯과 채소를
달걀과 부침가루로 반죽을 하고
소금과 약간의 후추가루도 뿌려 준다.
지들끼리 얼크러설크러져서
딱히 무슨 향이나 맛이 튀는 건 아니지만
부드럽고 고소하다가 느닷없이 한 번씩 씹히는 청양고추가
입안에서 쾌지나칭칭 노래를 하니 그 맛에...
하다보니 우리 피오나가 좋아하는 호박전을 빼 놓을 수가 없다.
된장찌개용으로 한 토막 남겨두고
나붓하게 썰어 소금물에 잠깐 절인다.
비닐봉지에 물기를 제거한 호박과 밀가루를 동시에 합방시켜
바람이 방방한 상태로 입구를 막고 사정없이 좌로 우로 흔들어주면
천생연분 찰떡궁합처럼 밀가루옷이 잘 입혀져 있다.
달걀을 풀어 노릇하게 지져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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