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한 밥상

입이 즐거운 전 세 가지~

by 타박네 2011. 4. 17.

 

바느질 기도를 마치고 나자 슬슬 배가 고프다.

그러고보니 한동안 기름진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다.

어제도 그제도 풀만 먹었다.

이러다 피까지 파란 스머프가 되는 거 아닌가 싶다.

 

피오나가 질색하는 핑크색 전투복을 입고

혼자 놀기 딱 좋은 주방으로 간다.

간만에 꼬신 냄새 좀 풍겨보자.

조림을 하려고 사다놓고는

그길로 내 기억속에서 사라졌던 연근 한 뿌리.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반 넘게 곯아버렸다.

할 수 없이 드르륵 믹서기에 갈아 전이나 부친다.

 

빨강, 노랑파프리카, 양파, 쪽파를 송송송~

갈아 놓은 연근에 부침가루 조금 섞고 뒤적뒤적 반죽해

한 숟가락씩 떠 동그랗게 부쳐낸다.

간은 소금으로 살짝만. 

 

말 안하면 연근인지도 모른다.

맛이 거의 감자전과 비슷해 차지고 쫄깃하고 고소하다.

부쳐놓은 연근전을 보니 조걸 누구 코에 붙이나 싶다.

그래서 한 가지 더 하기로 한다.

오늘도 변함없이 이어지는 버섯사랑.

기름진 음식이 당길 때마다 만들다 보니

이제 남편과 피오나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긴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세상의 온갖 버섯을 몽땅 송송~

청양고추,양파, 쪽파, 당근도 덩달아 송송송~~~

 

잘게 썰어둔 세상의 모든 버섯과 채소를

달걀과 부침가루로 반죽을 하고

소금과 약간의 후추가루도 뿌려 준다.

 

지들끼리 얼크러설크러져서

딱히 무슨 향이나 맛이 튀는 건 아니지만

부드럽고 고소하다가 느닷없이 한 번씩 씹히는 청양고추가

입안에서 쾌지나칭칭 노래를 하니 그 맛에...

하다보니 우리 피오나가 좋아하는 호박전을 빼 놓을 수가 없다.

된장찌개용으로 한 토막 남겨두고

나붓하게 썰어 소금물에 잠깐 절인다.

비닐봉지에 물기를 제거한 호박과 밀가루를 동시에 합방시켜

바람이 방방한 상태로 입구를 막고 사정없이 좌로 우로 흔들어주면

천생연분 찰떡궁합처럼 밀가루옷이 잘 입혀져 있다.

달걀을 풀어 노릇하게 지져낸다.

 

'행복한 밥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간단 부추만두  (0) 2011.04.30
눈으로 먹는 진달래 화전  (0) 2011.04.20
도토리묵밥  (0) 2011.04.09
가출한 입맛을 찾아서~  (0) 2011.03.27
남편을 위한 버섯만두전골, 딸을 위한 골뱅이 소면  (0) 2011.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