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셋뿐인 가족이 한 식탁에 앉아 밥 먹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며칠 전, 한 단에 천원하는 부추를 사와 전 한 번 부쳐 먹고
부추만두나 해 먹을 요량으로 남겨 뒀는데
이래 나가고 저래 나가고 늘 한 자리가 비어 있는 식탁.
이번 주말도 오늘 아침이 아니고는 다함께 얼굴 마주보며
밥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아침 댓바람부터
김 모락모락 찌고 지글지글 부치고 한바탕 부추 난장판을 벌렸다.
여러가지라 해도 워낙 해 보잘 것 없이 간단한 요리라
된장찌개 끓여 밥하는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하긴 내가 좀 손이 빠르긴 하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고 남는 시간에 커피물까지 끓인다는
전설속의 셰프가 바로 나란 걸 고백한 적이 있던가?
호떡집에 불난 듯 늘 후다닥 거리다보니 접시 한 두개쯤 깨 먹고
도마질하다 칼이 떨어져 발등에 직각으로 꽂힐 뻔 좀 하고
가끔 스윽~베어져 나간 손톱조각 찾느라
돋보기 동원해 식재료 조사에 들어가는 수선도 떨고
어쩌다 있는 일이지만 칼 쥔 성질급한 오른 손 믿고 있다가
순진한 왼손이 피를 보는 사태까지 벌어져
남편으로부터 '자해공갈단'이란 별명까지 얻게된 부작용이 좀 있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난 번갯불에 세 가지 요리를 해 내는 기록에 도전중이다.
맛은 그 다음 문제다.
부추만두 속은 두 가지.
닭가슴살과 새우살을 잘게 다져 각각 따로 넣은
닭가슴살부추만두, 새우부추만두.
떡 먹자는 송편, 속 먹자는 만두라는데 울 피오나,
저 만들기 편하자고 속을 벼룩이 간만큼 넣어 만드는 바람에
볼품 없고 불쌍해 뵈는 땅거지 만두가 되었다.
그래도 제 손 때가 묻었다고 아주 맛나단다.
밤새 천둥과 벼락을 치고도 모자라 잔뜩 찌푸린 하늘.
그러거나 말거나 배 부르니 아름다운 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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