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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밥상

몸이 가벼워지는 밥상

by 타박네 2011. 5. 26.

점심시간 잠깐 짬을 낸 싸부님을 따라가 텃밭 채소를 잔뜩 얻어왔다.

어제의 미역둘깨수제비는 나를 위한 밥상이었다면 오늘은 남편을 위한 밥상.

별것도 아닌 평범한 저녁이지만 주신 분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 호들갑스럽게 올려본다.

조금씩만 뜯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 풀어보니 밭고랑 하나를 그대로 옮겨 온 것같다.

 

 

 

 

 

남편이 좋아하는 어묵을 넣은 된장찌개.( 파 대신 부추를 넣었다)

들기름에 볶은 김치와 뜨거운 물에 데쳐낸 두부.(두부를 데칠 물에 소금 넣기)

더덕 고추장 장아찌. 살짝 데쳐 소금과 참기름에 무친 참나물.

부추, 돌미나리, 빨간 땡초를 송송 썰어 넣고 반죽한 부침개.

까나리액젓, 진간장, 올리고당,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 고춧가루로 버무린 민들레 겉절이.

조금 억세진 두릅은 푹 삶아 된장에 돌미나리는 상큼하게 초고추장에 무쳤다.

 

쪽 염색을 하고 집에 오니 남편 퇴근시간이 다 됐다.

내가 또 누구냐.

이전에도 말했듯이 번갯불에 세 가지 요리를 하고도 커피물까지 끓이는 사람이다.

주방 전투복을 입자마자 싱크대에선 한바탕 굿이 시작된다.

칼이 도마위에서 날아다니고 개수대에선 물보라가 일고 가스레인지 불꽃은 춤을 추고~ 얼쑤!

옆에서 바라보던 피오나가 나가면서 기어이 한마디 던진다.

" 난 엄마가 살아 남았으면 좋겠어."

 

제 눈앞에 벌어지는 광경이 마치 무슨 극한 직업처럼 위태로워 보였나 보다.

어쨌든 가져온 채소를 전부 조리하진 못했지만 찌개 하나와 전 하나, 나물 네 가지, 두부김치를

하는 데 걸린 시간은 딱 45분.

이 기록을 깰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울냥반 숟가락 젓가락이 가장 빈번하게 다녀간 민들레 겉절이와 된장찌개.

잘 먹겠습니다, 싸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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