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 먹자고 날 잡으니 남편은 회식이라하고 피오나는 돈까스를 먹겠단다.
어쩔 수 없이 나홀로 만찬을~
서리태콩과 땅콩을 미리 불려 놨다.
연천은 질 좋은 율무와 콩 생산지로 유명하다.
늦가을이면 콩농사를 하는 지인에게서 서리태를 두 말 정도 사 두는데
대부분 콩가루를 내서 우유에 타 먹거나 뻥튀기하는 곳에 가져가 튀겨 먹기도 한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먹는 입은 줄고, 양도 줄고, 집에서 밥 먹는 횟수도 줄다보니
이제는 한 말이면 충분하다.
불린 콩은 살짝 삶는다.
이 삶는 시간이 무척 중요한데 내 경우엔 끓기 시작해서 7~8분 정도?
물론 한 번 삶는 콩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너무 오래 삶으면 메주 냄새가 나고 설 삶으면 콩비린내가 난다.
중간에 한두 알 꺼내 먹어보는 것도 한 방법.
마치맞게 익으면 채에 걸러 물은 따로 담아두고
콩은 휘리릭 찬물로 행궈 식혀둔다.
이때 나온 물은 콩을 갈때 함께 넣어준다.
그래야 콩국수가 더 진하고 고소하다.
일일이 껍질을 까서 그대로 드르륵 갈아 걸쭉한 콩물을 만들까 하다가
느닷없이 귀찮아진다.
일단 콩을 껍질 째 드르륵.
이젠 백골이 진토되어 계실 우리 어머님 살아생전같으면
요렇게 갈아진 콩을 자루에 넣고 치대고 주물러 말간 콩물을 만드셨겠지만
이 개차반 며느리는 고운 채에 몰아넣고 휘휘 저어가며 대충 거르고
콩찌꺼기는 한 번 꾹 짜서 따로 담아둔다.
콩물은 병에 담아 냉장고 속으로~
이제 신김치. 버섯. 당근. 쪽파 . 양파를 송송 썰어 준비한다.
내용물은 칼자루 쥔 사람 마음대로.
냉장고 속 채소 사정에 따라 달리 넣으면 되지만
김치가 들어가야 맛있다.
대충 갈아 성의없이 거른 콩비지에 송송썬 김치와 채소,
밀가루와 계란을 넣고 반죽한다.
소금도 약간.
부침가루가 들어가 잘 부서지지 않는다.
캬아! 완전 동대문 광장시장의 방석만한 녹두지짐이 냄새!
그러고 보니 숙주나 고사리, 돼지고기 등
녹두전에 들어가는 식재료를 여기에 넣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익은 콩을 갈아 만든 것이라 부치기도 수월하다.
김치가 씹히니 느끼하지도 않고 고소하기가...완전 끝장난다.
무엇보다도 콩껍질 하나 안 버리고 싸그리 먹을 수 있는 알뜰함.
아무리 혼자라도 먹을 건 먹어야 하니 소면을 조금 삶아
차거워진 콩물을 붓고 콩국수도 한 사발 만들었다.
이런 게 바로 일석이조, 일타쌍피.
시원하고 깔끔한 콩국수도 먹고 고소하고 기름진 전도 먹고.
님도 보고 뽕도 따고, 도랑 치고 가제 잡고, 마당 쓸고 돈 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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