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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밥상

멍멍탕 안부러운 미역들깨수제비

by 타박네 2011. 5. 25.

후다닥 만들긴 했지만 진정한 슬로우 푸드, 미역국을 활용한 들깨수제비.

 

가끔 혼자 하게 되는 식사.

나 먹자고 음식 만드는 일은 어지간해서 없다.

그런 날은 밥상 차리는 일조차 귀찮아

싱크대 앞에 서서 대충 허기 면할 정도로만 먹거나

책꽂이 사이에 은밀하게 감춰둔 초코렛으로 식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즘 가출했던 입맛이 노숙하다 지쳐 돌아왔는지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푸지면서도 영양도 풍부하고 위장을 꽉 채워도

소화시키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그러면서 맛도 있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던 차에,

 

( 남의 살 빼고 동그랗게 눈 뜨고 있는 생선 빼고 무척추 동물과

특히 가련해 보이는 생물도 빼고...

차 떼고 포 떼고 나니 메뉴 선정이 힘들다.휴우~)

며칠 전 꼼이네서 미역국 얘길 듣고는 거의 석삼 년 만에 미역국을 끓였다.

내친 김에 들통 가득.

식구들이 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어쩌다 끓이게 되더라도

고깃덩어리를 넣지 않으면 건드려 보지도 않는 피오나 때문에

늘 난 국그릇이 없는 밥상 앞에 앉을 수 밖에.

 

여수 사시는 친정엄마가 직접 채취한 자연산 미역이라면서 지인이 준

마른 미역을 아주 조금만 불린다고 했는데도 팅팅 불으니

산모 있는 집 국솥이 돼 버렸다. 

미역이 엄청 부드럽다.

들기름에 달달 볶다가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을 우린 육수를 붓고

집간장으로 간을 해 푸욱 고았더니

들깨가루를 넣지 않았는데도 국물이 걸쭉하면서도 뽀얗다.

막상 끓이고 보니 흡족하면서도 심란하다.

거의 보름 분량이다.

우리 식구들 이제 검은 색만 봐도 멀미하게 생겼다.

 

혼자 밥을 먹게 된 오늘 저녁.

국솥을 근심스럽게 바라보다 불현듯 떠오른 음식, 바로 미역국 수제비.

예전에 먹다 남은 미역국이 있을 때

밀가루 반죽을 아무렇게나 뜯어 넣어 별식으로 끓여먹던 수제비다.

이른바 국 재활용 요리.

 

때마침 밀가루 반죽도 있겠다, 어디 저 맑은 바다와

저 푸른 들을 합방이나 시켜보자 하고

국을 조금 덜어내 반죽을 얍실하게 뜯어 넣고 한소콤 더 후루루 끓였다.

마지막으로 거피한 들깨 한 숟가락을 팍 풀어 넣으니  캬아~~~

뜨겁게 한 사발 먹고 나니 비명횡사한 남의살로 만든 보양식 부럽지 않다.

그래도 남은 국은 심란하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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