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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밥상

오이냉국 계절이 돌아왔다

by 타박네 2011. 6. 17.

 

 

길고 지루한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후텁지근하다.

이럴 때 주방에서 국이나 찌개까지 끓여대면 그야말로 불쾌지수는 급상승한다.

국물 음식이 염분 과다 섭취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웰빙 식단의 은따로 전락하는 요즘,

그래도 국물 없으면 밥 넘기기가 깔깔하다거나

이 더위에 뜨건 국으로 이열치열 하는 걸 즐기지 않는다면

상큼하고 슴슴한 오이미역냉국이 딱 안성맞춤.

 

 

워낙 부드러워 데치면 바로 미역풀이 될 것 같아 물에 불린 미역을 그대로 썼다.

오이는 곱게 채치고 미역은 송송 썬다.

다진 마늘, 파, 고춧가루, 깨소금, 굵은 소금

( 간수를 뺀 천일염인데 사자마자 물에 휘리릭 씻어

서서히 물기를 빼면 쓴맛이 없어지고 깔끔하다)을 넣고 살살 버무려 둔다.

그러면 오이와 미역에 간도 배고 소금이 녹아 국 간 맞추기도 쉽다.

 

 

간이 배면 찬물을 붓고

설탕 대신 매실액으로 단맛을, 식초로 새콤한 맛을 더한다.

다시마 우린물을 사용하면 더 맛있다고들 하던데 난 후다닥 스타일인지라~

 

 

헉! 얼음이 없다.

더위 안타는 안주인 탓에 아직 얼음 얼려둘 생각을 못했다.

가족들이 귀가하기 전까지 냉국 사발은 몸 좀 식히라고 냉장고 속으로~

 

고등학교 3년은 학교 기숙사에서,

대학 3년간은 학교앞에서 자취생활을 하는 사이 식성이 엄청 변한 피오나,

함께 합쳐 산 지 일 년이 조금 넘어가는 아직까지도

식탁에서의 보이지지 않는 기싸움은 여전하다.

고기나 느끼한 서양음식을 좋아하는 피오나와 사철 풀만 먹는 나.

집 떠나 살기 전까지만 해도 배달음식이나 패스트푸드는 입에도 안댈 정도여서

늘 할머니가 신통방통하다 흐믓해 하셨건만 객지 생활 6년만에 입맛 다 버려왔다.

고기가 건강상에 어떤 문제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편식 습관을 더 늦기 전에 고쳐 보려고 요즘 나름 신경을 쓰고 있다.

 

현미밥, 오이미역냉국, 고춧잎무침, 취나물, 오이지무침,

묵은지어묵볶음, 두릅과 명이나물 장아찌로

차린 저녁 밥상을 보는 피오나의 표정이 그닥 화사하지 않다.

하지만 꿋꿋하게 무시한다.

그래도 다행히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의 의미와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만큼은 컸다.

고춧잎 나물을 개미 눈물만큼 집어 올려 오물딱 거리며 먹는 모습이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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