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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밥상

올갱이해장국

by 타박네 2011. 9. 8.

 

또 계절앓이 중이다.

뻔히 알면서도 새삼스러운 일인양 엄살을 부린다.

평소 잘만 신고 다니던 나이스운동화가 어제는 돌덩이처럼 느껴지더니

급기야 오십 평생 차곡차곡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압사라도 시킬 기세다.

사실 이런 증세들은 딱히 어떤 병이랄 수도 없는 데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격어보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선

오뉴월 엿가락 늘어지듯한 상팔자가 지겨워

이벤트 삼아 부려보는 꾀병쯤으로 여기기 쉽다.

억울하다.

 

그래도 불편하고 괴로우니 대책을 세워 보기로 했다.

우선 이비인후과에 들려 다정과 함께 지병으로 달고 다니는

알레르기 진료와 처방을 받았고

임상병리사인 실땅님에게 피도 한사발 뽑아주고 왔다.

 

그리고 때마침 눈에 띄는 올갱이.

이거다.

피로회복에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다.

 

저녁나절 실땅님이 전화를 해 근심어린 목소리로 혈액검사 결과가 좋지않아~ 한다.

칠성판 짊어질 날이 얼마나 남았냐고 물었더니

지금 상태로는 ......길어야 앞으로 오십 년?

너무한 거 아냐? 겨우 오십이라니. 흐흐흐~

 

할머니 말씀으로는 임진강에서 잠수부들이 잡은 거라는데~

손가락만큼이나 실한 것으로 봐서 맞는 거 같다.

박박 문질러 닦고 물을 갈아주고 하기를 두세 번.

어느정도 해감을 시킨 뒤 된장과 대파잎, 청주를 조금 넣고 올갱이를 삶았다.

핀을 이용해 알맹이와 껍질 분리 작업.

정작 요리법은 무진장 간단하지만 이 일이 은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욱도 넣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무청과 얼갈이배추 데친 것 한웅큼과 숭덩숭덩 썬 부추 크게 두 줌.

그리고 팽이버섯, 다진마늘, 홍고추. 

올갱이 삶은 물을 가라앉혀 윗물을 따라내 사용했다.

거기에 물을 조금 더하고 슴슴하게 된장를 풀어 걸렀다.

먼저 시래기를 넣고 폭 끓인 다음 올갱이,마늘,부추와대파, 팽이버섯 순으로

풍덩풍덩 던져넣고 보그르르 한소콤만 더 끓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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