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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밥상

환절기 보양식 버섯들깨탕

by 타박네 2011. 9. 15.

 

 

기대와 걱정, 교통대란,

반가운 만남을 우울하게 만드는 얄팍한 지갑 속사정,

명절 음식을 위한 허리휘는 부엌일,

얄미운 동서, 시누이에 눈치 없는 시어머니,

백수 시동생 생각하니 느닷없이 발병하는 급성두통...

이런저런 사연들을 뒤로하고 한가위 보름달이 사위어가고 있다.

더러는 폭풍처럼 달려든 몸살에 구들장 엑스레이사진 촬영 중일 것이고

어떤 이들은 평소 차고 다니던 허리 전대에

수십만냥이 더해져 특대 배둘레햄이 되었을 것이고

차린 것,드린 것 없어 죄스럽기만한데

텅빈 지갑은 또 왠말이냐 실소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들 또한 다 지나가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한 추석 연휴를 보냈다.

음전하고 칠칠한 조카며느리들 덕에 

드디어 부침개, 전 담당에서 명예로운 은퇴를 했기 때문이다.

그저 간이 싱겁네, 짜네. 반죽이 지네~ 한말씀씩 날리며

타주는 봉다리커피나 마시면서

조카손주들 틈에 끼어앉아 추석특집 티비 시청이나 하는

삼복 넘긴 개팔자가 된 것이다.

이제 내겐 명절이란 두려움이나 피로의 대명사가 아니라

기다려지는 잔칫날, 축제에 다름 아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명절의 피로는 없다해도 거사를 앞두고 있는 데다

아직까지는 환절기 부적응으로 신체리듬이 엇박자인 것을 감안해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 최고의 특급보양식 버섯들깨탕을 한솥단지 끓였다.

평소 버섯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이 봤더라면

이참에 아주 버섯과 인연을 끊어버리고 싶어할 만치 그야말로 한솥이다.

이틀째 먹고 있는 나도 이제 슬슬 들깨향이 느끼해지면서 울렁증도 생긴다.

사진을 조금만 더 보고 있으면 토할 것같은,

버섯들깨탕을 어떻게 만들었냐면~

 

들기름에 불린미역과 다진마늘을 월급 삥땅친 남편 족치듯 다글다글 볶다가

육수(멸치, 다시마, 표고버섯,대파,양파)를 넉넉히 붓고 한소콤 끓인다.

미역가닥이 양귀비 속살처럼 보드리해지면

조랭이떡과 함께 있는버섯 없는버섯 몽땅 투하!

(표고, 느타리, 만송이, 황금송이, 팽이버섯을 이용했다)

버섯들이 숨이 죽어 나른해질 무렵 

거피한 들깨가루를 식성대로 왕창 아니면 적당히 풀어 넣고 소금간을 하면 된다.

보통 찹쌀가루로 국물 농도를 맞추는데

이번에 들깨가루 욕심을 과하게 부려 그대로 걸쭉하길래 생략했다.

자꾸 말하다보니 다시 속이 느글거린다.

아흐,벌건 김치 땡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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