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고단한 일상이 계절 무감각 증세로 나타나는 남편과
취업이라는 제 인생 최대의 큰 장벽을 눈앞에 둔 딸아이에게
오늘 봄을 먹여 보기로 했다.
진달래꽃과 설탕을 섞어 항아리에 담아 밀봉한 다음
세 달 정도 땅속에 묻었다 꺼내면 빛깔 고운 진달래술 (두견주)이 된다.
물론 독한 술을 부어두기도 하지만
위의 방법은 친정엄마가 살아계실 때 만드시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오늘은 화전을 만들 것이므로 진달래꽃은 아주 조금만 있으면 된다.
먼저 찹쌀가루를 채에 내린다.
꽃은 수술을 떼어내고 씻어 물기를 어느정도 제거해 두고,
찹쌀가루에 소금 약간, 설탕 적당량을 넣어 손으로 고루 섞는다.
뜨거운 물은 아주 조금씩 섞어가며 반죽을 해야한다.(익반죽)
자칫 잘못하면 질어지기 십상이다.
동글납짝하고 도톰하게 모양을 빚은 다음,
예열된 팬에 아까운 듯 기름을 두르고 약불로 지진다.
한쪽이 다 익으면 뒤집어 익힌 쪽에 진달래꽃을 살포시 덮어주면 된다.
접시에 담아 꿀을 바르면
반지르르 윤기도 돌고 달콤함이 더해져 훨씬 맛있다.
내가 밥벌이를 대신할 수도 없고
그 높고 험한 장벽을 대신 넘어줄 수는 없지만
고단한 그들을 위해
봄 한 조각을 올린 화전 정도는 해 줄 수 있어 다행이다.
정성 깃든 음식이 사랑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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