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룩셈부르크 참전비
소요산의 일반적인 등산 코스는
일주문을 지나 자재암~ 하백운대~ 중백운대~ 상백운대 ~칼바위능선 ~
나한대 ~ 의상대(587) ~ 공주봉을 거쳐 구절터로 내려오는 것.
보통 등산코스에 대한 정보가 없는 타지역 등산객들은
자재암에서 출발, 중백운대와 상백운대 사이로 많이 올라가는데
이 길은 초보 등산객들에겐 처음부터 상당히 버거운 코스다.
빡쎄게 치고 오르는 산행을 싫어하는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부드러운 코스가 따로 있다.
바로 벨기에.룩셈부르크 참전기념탑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비공식적인 등산로다.
참전기념탑을 돌아 완만한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산림욕장이 나온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팔각정 전망대.
하늘을 향해 치솟은 바윗길을 지나고~
복부가 푸짐하신 분들은 심호흡을 한 뒤
한껏 배를 홀쭉하게 만들어야 통과할 수 있는 일명 다이어트 바위.
행운처럼 만나게 되는 경로당 코스
하백운대를 지나면 거북이 등처럼 수피가 쩍쩍 갈라진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이정도의 소나무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할 만큼
칼바위 능선의 아름드리 노송들은 장관이다.
하지만 오늘 산행은 그 이전 봉우리인 상백운대까지므로
여기서 아쉬움을 달래본다.
중백운대를 지나 봉분이 야트막한 무덤가에 자리를 잡고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딸기우유를 마시며 갈증과 피로를 한꺼번에 푼다.
정말 꿀맛이었던 오이.
이 오이 하나에도 사연이 있다.
계획에 없던 산행이었던 터라 달랑 딸기우유 하나 사서 배낭에 넣고
소요산행 버스를 오르려는 순간,
어떤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 한 분이 급히 차에 오르다
그만 내 발을 꾹 밟았다.
단단한 등산화를 신고 있어서 별로 아프진 않았다.
사과를 주고 받을 상황은 아니라 여기고 지나려는데
아주머니,엄청 당황해 하시며 연신 미안해 하신다.
때마침 발등이 가려웠던 참이었다고,
시원하니 좋네요 하면서 장난처럼 씩 웃었다.
따라 한바탕 웃으시던 그 아주머니,
자리에 앉자마자 커다란 비닐봉투를 펼쳐 보이며
방금 텃밭에서 뜯어온 상추며 겉절이 배추를 주시겠단다.
보다시피 산엘 가야해서 들고 갈 수가 없노라고
정중히 여러번 사양을 했음에도
다른 승객들한테 비닐봉투까지 얻어 주섬주섬 담아 주신 게
상추와 오이 두 개.
코딱지만한 등산 가방에 들어갈 만큼만 받겠노라,
조금 더 가져가라, 말 실랑이를 하다가
어느새 소요산 근처에 이르렀다.
내리면서 다음에 혹시 또 만나게 되면 한 번만 더 발을 밟아달라고,
커다란 봉투는 미리 준비해 다니겠노라 너스레를 떨며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저 오이가 그 오이다.
그러니 맛날 수 밖에.
칼바위 능선의 절경이 코앞이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꽃이 거의 없다.
산길 한켠을 환하게 장식하던 싸리꽃과 쪽동백꽃 몇송이라도 어디냐 싶다.
한접시 분량은 족히 될만큼의 참나물 군락이 눈에 띄였지만
한 잎 뜯어 그 푸른 향을 맡아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선녀탕.
선녀님들이 아직 노천탕을 즐길 때가 아니어서 그런지 탕이 좀 지저분하다.
자재암 약수.
자재암 맞은편 폭포
공사중이라 어수선한 자재암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