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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Book소리

흑산

by 타박네 2011. 11. 27.

김훈 / 학고재

1800년대 천주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유배되거나 참수당한다.

시대를 앞서 새로운 세상을 엿보았고 꿈 꿨던 그들에게

참으로 가혹했던 시대.

배교를 했든 순교를 했든 그 것은 옳고 그름으로 가릴 문제가 아니라

단지 선택의 문제였다고 작가는 이 책에서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난 그 담담함이 서늘하다.

1801년 순조 1년 수렴청정하던 정순황후는

천주교 신자들을 역적으로 다스리고 색출, 처벌하라는 금교령을 내린다.

이른바 신유박해.

이 때 정약현의 조카사위 황사영은 백서사건으로 능지처참형을 당하고

적약용은 강진으로 정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된다.

이야기는 절망과 두려움의 섬,

흑산도행 돛배에 오른 정약전으로부터 시작된다.

 

" 흑은 무섭다. 흑산은 여기가 유배지라는 걸 끊임없이 깨우친다.

자 속에는 희미하지만 빛이 있다.

여기를 향해서 다가오는 빛이다.그렇게 느껴진다.

이 바다의 물고기는 모두 자산의 물고기다.나는 그렇게 여긴다."338p 

이렇게 흑산은 자산이 되었다.

수평선 만큼이나 아득한 두려움을 기어이 떨쳐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산어보> 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학연구서를 편찬함으로써 

정약전은 참담한 유배생활을 승화 시켰다.

 

이 책에선 신유박해라는 종교탄압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종교소설이 아니다.

그렇다고 정약전 개인의 유배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도 않다.

앞선 세상,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수 많은 사람들, 당대의 지식인은 물론

바람이 불면 쓰러져 눕고 맨몸으로 비 맞는 애달픈 민초들이 주인공이다.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

주여 우리 어미 아비 자식이 한데 모여 살게 하소서." 105p

그들의 기도가 하도 절박해서 가슴 먹먹하다.

작가가 직접 그렸다는 책 표지그림

<가고가리> 또는 <다윈의 새>라 이름붙인 저 기괴한 새는

소설속 인물들이 꿈 꿨던 도덕과 자유와 사랑이 미래의 어는 공간을 향해 진화하며

계속 날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이전에 읽었던 책이다.

흑산을 읽기에 앞서 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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