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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

오디 염색

by 타박네 2012. 7. 30.

 

더위를 먹은 건지 나이를 먹은 건지...

지난 주,  내려야할 정거정을 지나친 게 두 번, 

집 근처 늘 다니던 마트 정문을 착각하고 문 닫혔다며 되돌아 온 게 세 번,

까만 비닐봉투에 무쇠솥 싸 두고는 삼초만에 까맣게 잊고는

발로 뻥 차다가 복숭아뼈 으스러질뻔한 사고 한 번,

조각보 하나가 사라졌다고 집안을 뒤집어 엎다가

결국 밥상 차리면서 식탁 유리밑에 고이 깔아둔 거 보고는 망연자실 한 건.

이건 뭐 정신이 나간 건지 망령이 든 건지...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 탓,

이 모든 건 다 갈수록 독해지는 삼복 더위에 부글부글 끓어오른 뇌수 탓. 

오디 염색 한 번 해 볼 거라고 뽕나무에 매달려 겨우 서너 알 따던 중 그만 또 허리가 똑!

부러지는 현장을 목격한 하늘이가 저 먹자고 냉동실에 보관하던 오디 봉다리를 준다.

이열치열, 어차피 바깥도 푹푹 찌니 안에서도 폭폭 삶아 보자하고 염색 준비에 들어 갔다.

오디를 서너배 가량 물과 함께 한 시간 정도 끓여 채에 거른 다음

면, 실크, 모시를 각각 명반과 동 , 철매염 했다.

 

오디 염액

 

명반매염 광목

보랏빛이 살짝 도는 푸른 계열의 색상.

 

동매염 실크스카프

억지로 옥색.

 

철매염 모시

게으른 집구석 석달열흘 안 빤 걸레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보여지는 것과 실제 품고 있는 색이 다를 수 있다.

너도 그러냐?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먹물을 뿜어 

웃는 얼굴을 무참하게 만들던 그 도도함은 어디 가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흐리멍텅하기가 단심가 버린 딱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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