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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밥상

덕분에 제가 삽니다.

by 타박네 2013. 5. 7.

 

요즘 푸른 물 오른 들이나 산에 가면 흔하고 널린 게 나물입니다만

어찌하여 풀만 먹고 사는 제 눈엔 나물보다 꽃이 먼저 달려드는지요.

벌써 쉰세 해째 맞닥뜨리는 봄이건만

이제 막 지구별에 도착해 생전 처음으로 보는 꽃이라는 물체인양

햐아! 으아아! 비명에 가까운 감탄사만 쏟아냅니다.

제가 그 야생의 화원에서 호들갑스럽게 이리 저리 뛰어다닐 동안

산언니는 근처에 보이는 쑥부쟁이 어린 싹을 뜯고 혼잎을 따고 했던 모양입니다.

돌아오는 길,

머리 속에 콕콕 새기고도 아쉬운 꽃들을

똑딱이 디카에 아무렇게나 찍어 담은 것 만으로도

세상에 다시 없는 부자가 된 것 같아 한껏 들뜬 내게

나물 봉다리를 슬몃 건네줍니다.

봄맛이나 좀 보랍니다.

 

다 아는 산이나 우리는 도무지 모르는'산'에서 약초대장님이 캐오신

이삼십년은 족히 돼 보이는 더덕과 야생 두릅, 곰취로 가끔 몸 보신도 하고  

서울 사람이 촌사람에게 챙겨주는 쑥버무리 한덩이에 가슴 속 호수가 출렁!

이렇게 또 먹고 삽니다.

보약이나 진배 없는 산나물 들나물을 날름날름 꽁으로 받아 먹고도 장수를 못한다면

그 분들에 대한 몹쓸 배신이겠지요.

그래서 한 때 속히 고향별로 돌아가고 싶어했던 마음을 접고

지구별 사상 최장수 노인이 되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늘 하는 말이지만 그 분들께 받은 온정에 대한 보답을

이승에서 그것도 지금 당장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 말고 다른 곳에서 재주껏 받으시기 바랍니다.

아님 배 째시고.

째 봐야 먹은 거 다 똥 되고 없습니다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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