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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독자매

만두 잔치

by 타박네 2013. 5. 17.

 

 

수영씨가 만두 잔치를 열었다.

공식적으로는 법정 공휴일인 부처님 오신 날이고

우리들에겐 그저 어제와 별 다를 거 없는 오늘이지만

볼 수 있을 때 얼굴 한 번 더 보자는 의미로 벌인 만두판이다.

중국에서 시집와 만두에 일가견이 있는 수영씨와 경애씨가

능숙한 솜씨로 배추를 썰고 반죽을 한다.

김치를 주재료로 한 익숙한 만두와는 달리

생배추를 다지듯 잘게 썰어 소금물에 잠깐 절인 뒤 꼭 짜고

간 돼지고기를 섞어 속을 만드는 게 특이하다.

남들 다 먹는 고기 안 먹는 것도 무슨 벼슬이라고

고기 없는 만두 안 해주면 남은 평생 삐질 거라며 공갈협박 해

부추만두도 추가하게 되었다.^^

 

경애씨와 수영씨의 신들린 듯 현란한 칼 솜씨에 턱 관절 빠질 뻔 했다.

허공에 대고 살짝 긋기만 해도 댕강 소리를 내며 공기가 잘려나갈 것같이

퍼렇게 날이 선 칼을 마치 장난감 다루듯 한다.

중국에선 부부 사이가 좋은지 나쁜지를 주방 칼을 보면서 눈치 챈다고.

칼이 잘 들면 부부 사이가 좋은 것이고 무디면 시큰둥이라나?

주방 살림살이까지 신경 써 세심한 배려를 할 줄 아는 남편과 산다면

당연히 부부 금슬도 좋을 거란 이치에서 생겨난 말일 거라 짐작이 간다.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우리집 칼의 용도는 써는 게 아니라 거의 짓이기는 것이다.

서슬 퍼런 칼은 곧 음식에서 내 왼손 손톱 조각이나

엄지 또는 검지의 살점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고 

발등에 떨어졌을 때 부상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 걸 아는 남편은 절대 칼을 갈아주지 않는다.

날이 무딜 대로 무딘 칼로도 이날 평생 식구들 밥은 해 먹여 살렸다.

보통의 내공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밥값이나 하자고 도마 차고 앉아 살얼음판 걷듯 조심조심 부추 써는 꼴을 보던 누리씨,

복장이 터지는지 슬그머니 나를 밀어 낸다.

나름 주방에서 칼춤 좀 춘다며 잔뜩 구라뻥을 쳐온 솥뚜껑 경력 27년차인 나,

쪽 팔려서 헛웃음도 안 나온다.

                               하지만 만두를 빚는 순간 빛을 발하는 나의 저력.

피 먹자는 송편이요, 속 먹자는 만두 아니던가.

터질 듯 방방하게 속 채우고도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매알매알 빚어 놓은 게 내 솜씨다.

우리 피오나가 이유 없이 예쁜 게 아니다. ^^

                               고기만두와 부추만두,

                               거기에 양귀비가 미용을 위해 날마다 먹었다는 은이버섯과 오이를 이용한 상큼한 초무침,

소고기 샐러리 볶음, 목이버섯 돼지고기 볶음으로 상다리가 휘청거린다.

넉넉하게 기름 두른 팬에  튀기듯이 익혀낸 계란과

잘게 다진 부추에 들기름 넣고 소금간만 해 만든 부추만두는

생각보다 담백하고 맛있다.

                               모두 만두 만드느라 정신 없는 사이,

                               주방 한켠에선 가몬팁이 태국에서 공수해 왔다는 재료로 달달한 디저트를 만든다.

코코넛 액기스를 끓이다가 미리 삶아 채에 물기를 빼 둔

색색의 젤리 같은 걸 넣으면 되는 간단한 요리다.

무진장 달아서 배 터지게 만두 먹고 난 뒤 

간식으로 이 걸 한 컵 더 먹자니 내 혈당 수치 살짝 걱정 됐다.

          

                        그야말로 잔치집이다.

                        엄마 따라온 아이들은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몰려다니며 뛰고

                        엄마들은 저마다의 고향 이야기로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중국식으로 시작은 했으나 키르기스스탄, 태국, 캄보디아

                        그리고 별종 한국 아줌마까지 한 마디씩 거드는 많은 사공 탓에 

                        국적이 모호한 만두가 돼버렸다.

                        하지만 장담컨대 그 맛은 칠성급 호텔 주방장의 요리와 맞짱 뜨고도 남을 만하다.

                        남 모를 비법이라면 이 다국적만두 속에 첨가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귀한 조미료,

                        우리들의 따숩고도 뭉근한 정 한 줌.

 

                         얼마 전 경기도 모 단체에서 주최한 백일장 대회에서

                         음악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 당당 장려상을 받은 가몬팁이

                         입상 턱으로 커피를 쐈다.

                         쓴 커피가 달달하다.

                         열두 재주를 가졌으니 바쁘기는 또 얼마나 바쁠 것인가.

                         해서 장만한 자그만 중고 승용차.

                         초보 딱지가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한 운전 솜씨를 발휘해 집까지 태워다 줬다.

                         캬아! 승차감이 리무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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