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막소 드나들기를 제 집처럼 하는 큰 아들 한모,
담배 피다 걸린 어린 조카에게 삥이나 뜯는 흥행 참패 영화감독 둘째 인모,
결혼을 겨우 세 번 밖에 안한 뻔뻔한 로맨티스트 딸 미연,
제 어미 미연을 닮아 되바라질 대로 되바라진 여중생 민경.
게다가 까발리고 보니 씨 다르고 배 다르고
이도 저도 다른 콩가루 중에 날콩가루 집구석 이야기라니
티비 드라마에서 자주 써 먹는 출생의 비밀, 불치병,필연을 가장한 우연 남발,
이 막장 3종 셋트 중의 하나겠구나 시큰둥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티고난 이야기꾼 천명관이 풀어내는 막장 방식은 다르다.
이 영화를 보기 전 소설로 먼저 만난 <고령화 가족>.
<나의 삼촌 부루스 리> <고래>를 통해 이미 천명관의 글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눈 씻고 볼 정도로 광적인 팬이 된 터라
영화화 한다는 소식에 나름 기대가 컸다.
하지만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도 감동이나 재미가 글에 미치지 못한다.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것이라곤
자식들을 집으로 데려가 끼니를 챙겨주는 것뿐이었으리라.
어떤 의미에서 엄마가 우리에게 고기를 해먹인 것은
우리를 무참히 패배시킨 바로 그 세상과
맞서 싸우려는 것에 다름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몸을 추슬러
다시 세상에 나가 싸우라는 뜻이기도 했을 것이다.
'고령화 가족' 본문에서
가족은 더이상 혈연의 의미가 아니다.
이혼의 증가로 가족이 콩가루처럼 해체되는 세상이라 혀를 차지만
생각을 바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식구까지 포함한다면
오히려 가족의 범위는 확대될 수도 있다.
피 대신 눈물 섞고 웃음 섞었다면 식구도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