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맑은 연천21 회원들과 고대산 등산로를 따라 오르며
<산나물,약초 채취금지> 팻말 부착 작업을 마치고
동막골에 잠시 들렸다.
물 마른 개울 가운데 허옇게 드러난 바위를 밟고 건너기는 좋았다.
초여름인가 싶을 만치 따땃한 봄날의 햇살과
물길을 따라 흘러온 청량한 바람에 절로 흥이 솟아
입에서 나오는 대로 흥얼흥얼 즉흥곡을 만들어 부르며 오솔길을 걸었다.
채 5분도 안 되는 그 행복한 시간을 박살낸 것은
개울 건너 식당 쪽에서 들려온 개떼들 짖는 소리.
순간 희고 노란 꽃들에게 빼앗겼던 넋이 잽싸게 제 자리를 찾아 들어온다.
처음엔 밥값하느라 용 쓰나 보다 했다.
헌데 언듯 보니 한두 마리가 아니다.
목줄도 풀려 있다.
몸집도 만만치가 않다.
맙소사!
제 영역을 침범 당했다 여겼는지 녀석들이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며
개울을 건너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런 상황에서는,
당황하지 않고 천천히 몸을 돌린 뒤
마치 베르디의 개선 행진곡인양
개소리에 발 맞춰 왔던 길로 유유히 되돌아 가는 게 상책.
배낭 속에 뭐라도 먹을 게 좀 있다면 냉큼 던져주고 선처를 바라는 게 중책.
나를 살려줄 건 걸음아 너 밖에 없다 하고 꽁지 빠지게 도망가는 게 하책.
먼저 개울을 건너 차 안으로 쏙 들어간 마음을 따라잡지 못한 두 다리가
허공에서 버둥대다 자꾸 헛딛고 꼬인다.
그 경황에도 슬쩍슬쩍 뒤돌아 보며
상황을 실시간 중계방송하는 순이 때문에 더 미칠 뻔 했다.
저것들이 어떻게 개울을 건넜디야?
계속 따라오잖아.
환장하것네.
언니 가까이 왔어.
빨리 가, 빨리!
꽃이고 나발이고 헤까닥 돌아버리지 않은 게 다행이다.
개꿈 꿀까봐 잠 자기도 싫다.
올괴불나무
고대산 너럭바위 위에 핀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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