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고대산에는 숯을 굽는 가마터가 여러군데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참나무가 많았다는 뜻일 거다.
맑은연천21 회원들과 숯가마터를 찾아 나섰다.
70년대 초반,사오십 여년 전까지도 이곳에서 숯을 생산 했다 하니
자리가 많이 훼손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3코스 팻말이 서있는 곳을 지나 지금 한창 캠핑장 공사 중인 공터를 가로질러
흐드러진 개망초 꽃길로 들어선다.
이내 나타나는 돌무더기를 넘어서자마자
털중나리 한 송이가 길손들 마중이나 나온 것처럼 다소곳 서 있다.
푸른빛 일렁이는 숲 속에서 군계일학으로 빛나는 털중나리에 영혼을 팔고 있던 그 때,
열댓 걸음 앞서가던 하늘j의 환호성이 들린다.
노랑망태버섯이다!
처음은 누구에게나 가슴떨리는 경험이다.
빼어난 자태를 자랑하는 희귀한 꽃들은 그저 그림 속의 떡이려니...
우물 안 개구리인 우리들에게 노랑망태버섯 한 송이는 잘 차려진 잔칫상으로 보인다.
처음이었던 이들의 찬사와 타액 세례가 끝날줄 모른다.
숲 속 식물들 중 가장 빨리 피었다가 가장 빨리 시든다는
노랑망태버섯.
피어 있는 시간이 불과 두세 시간이라니
허망하고 덧 없기가 하루살이와 별다를 게 없다.
우리라고 또 별다를까마는.
짜여진 일정이 없었다면
이제 막 치마폭을 펼친 노랑망태버섯 옆에 자리를 깔고 앉아
그 짧은 한세상살이를 조용히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
아쉽지만...
하산하며 다시 만난 노랑망태버섯은 그새 생을 마쳤다.
시들 때 나는 시체 썩는 냄새를 맡고 몰려든 대모송장벌레들이 알뜰하게 장례를 치루고 있는 중이다.
한여름 밤 검은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던 불꽃처럼 아름다운 것들은 참 빨리도 사라져간다.
털중나리
숯가마터.
산행을 하며 여러 번 지나쳤던 자리다.
그때는 군인들 참호쯤으로 생각했다.
자세히 보니 불에 그을린 돌들이며 주변에 형체가 온전한 숯들이 널렸다.
오늘 행사에 약초대장님이 가시오가피주 한 말을 선물로 내놓으셨다.
17년 전 지고 올라가 고대봉 근처 어디쯤에 파뭍어 놓으셨던 것을
일행보다 일찍 올라가 다시 파내 지고 내려온 것이다.
미리 준비해간 병에 가득가득 담아주신다.
까스활명수만 마셔도 취해 주사를 부리는 나도 주신다고 냉큼 받아왔다.
올라갈 때보다 가방이 더 무겁다.
'야생화와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대산,자주꿩의다리 (0) | 2014.07.09 |
---|---|
풍혈 작살나무 (0) | 2014.06.18 |
동막골,노루발풀 (0) | 2014.06.15 |
대광골,노루발풀,매화노루발 (0) | 2014.06.14 |
고대산 바위채송화 (0) | 2014.06.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