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하려는 것인지
구석구석 처박혀 있던 세간살이를 끄집어내는 꿈을 꾸었다.
맙소사!
허접한 살림살이며 옷가지들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기가 차고 숨통이 막힌다.
저 쓰레기들을 아직까지 못 버리고 살았단 말이지...
자책하다 꿈에서 빠져 나왔다.
버리기는 내 평생의 화두다.
최근들어 살림에 무심한 사이
식탁 위에 소복 주방 싱크대 위에 수북 쌓여가는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사는 각종 물건들이 거북해
날 잡아 확 쓸어버려야지 벼르던 참이었다.
버려야할 게 어디 허접한 살림살이 뿐이랴.
평소 나는 머물러 사는 공간이 곧 자신의 내면 세계라 믿는 사람이다.
안팎 가릴 것 없이 대대적인 청소가 시급한 당면 과제다.
지금도 생생한 달포 전 꾼 꿈 하나,
남자인지 여자인지 식별이 불가능한 두 사람이
내게 눈부시게 하얀 비단 한복을 입혀주고 있었다.
은은한 꽃무늬 치마가 정말 아름다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내 생전 처음인 그렇게 예쁜 옷을 입으면서도
이상하게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꾸역꾸역 차오르는 영문모를 슬픔으로 가슴이 아릿했다.
옷 입히기를 마친 두 사람을 따라 어디론가 갔는데
느닷없이 벼락같은 목소리가 들린다.
빨리 보내지 말라 그랬지?
혼비백산 되돌아 왔다.
어째 으스스한 것이 납량특집 전설의 고향 소재로 써도 좋을 듯!
티비를 안 보니 대신 꿈이 버라이어티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