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클럽 양주본점
네가 이럴 줄 정말 몰랐다.
셈 하는 건 나 만큼이나 젬병인 네가 프렌차이즈 식당을 두 군데나 경영하며
프로같은 수완을 발휘할 거라고는.
하지만 이럴 줄은 알았어.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기꺼이 친구들 불러 함께 나눌 거라는 걸.
언제든 찾아가면 묻지도 않고 밥상부터 차리던 너였으니까.
그러고보니 글쟁이보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먹이는 지금의 일이
네게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해.
양주 본점에 가서 체인점에는 없는 메뉴인
스테이크와 양송이스프 마늘빵을 먹어보잔다.
루꼴라피자 할애비가 기다리고 있다 해도 못 간다,
저기압의 영향으로 젖은 솜뭉치가 된 나는 이미 침대와 합체된 상태이고
분리가 되려면 적어도 세 시간 이상 걸리노라 했다.
창 밖에는 맞으면 두개골이 함몰될 정도의 빗줄기가 무작스럽게 내리꽂히고
설상가상 죄 많은 인간 출몰하기만 기다리는 천둥의 거친 숨소리까지 들린다.
그거 먹자고 길 나서기에는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너무 크다.
지난 밤 꿈에 우리 셋이서 부드러운 양송이스프에
마늘빵을 찍어 먹었어로 시작된 맛깔나는 너스레에
나도 모르게 입안에 침이 고인다.
행여 들릴까 조심스레 꼴딱꼴딱 고인 침을 삼키다가
에라 모르겠다,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먹고나 보자,
그래 어디 때깔 좋은 귀신 한 번 돼 보자 하고,
야! 시끄러.빨랑 전화 끊어, 씻어야 돼.
똥 싼 놈 성내는 격으로 버럭 소리 지르고는 강시처럼 벌떡 일어났다.
친구 부부랑 친구랑,음식 만큼이나 수다가 맛있었던 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