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화(잇꽃), 붉은색 계열의 대표 염료
홍화꽃에는 수용성인 황색 색소와
알칼리에 의해 추출이 가능한 홍색 색소가 같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붉은 색을 얻으려면 염색을 하기 전
먼저 꽃잎에서 황색 색소를 빼주는 밑작업을 해야 한다.
천연염색 관련 책들을 보면 대부분 잿물(콩대, 쪽대)과
오미자를 이용한 전통 염색법이 소개되어 있다.
아파트가 주거지인 나로서는 잿물 구하기도 힘들거니와
오미자즙 또한 마련된 것이 없다.
여기저기 자료를 뒤적이며 나름 초간단으로 정리한 요점은 이렇다.
황색소는 수용성이므로
물에 불리고 주무르는 작업을 반복해 충분히 빼준다.
물에서 붉은기가 돌기 시작하면 따뜻한 정도의 맑은 물에(30~40도)
알칼리 성분인 탄산칼륨을 희석해 (PH 10~11) 꽃을 넣고 홍색을 추출한다.
꽃잎을 걸러낸 붉은 염액에 오미자즙 대신
빙초산 (구연산.초산동도 가능함)을 넣어 ( PH 4~5) 약산성 상태에서
천을 넣고 염색을 한다.
염색을 마치면 옅은 식초물에 헹굼을 한다.
홍화의 붉은 색소는 햇볕과 열에 약하므로
그늘에서 말리고 저온으로 다림질 한다.
마른 홍화꽃
면주머니에 넣고 우려내면 간편하겠는데 찾으니 때마침 없다.
약에 쓰자하니 귀하더라는 개똥 얘기가 생각나는 순간.
스텐볼에 풀어 불리고 고운 채로 거르기를 반복, 하루 꼬박 걸렸다.
책에 보면 이 과정이 여러 날 걸린다는데
양이 적어 그런지 하루 정도 지나니 붉은 기가 보인다.
물기를 꼭 짜 두고 40도가량의 따뜻한 물에
탄산칼륨을 대략 한 티스픈 정도 희석했다.
작은 저울이 없어 홍화꽃의 무게를 재 볼 수가 없었다.
해서 이후에 진행된 염색 과정 또한 전통식도 개량식도 아닌
주먹구구식일 수 밖에 없다.
물 몇 리터에 탄산칼륨 몇 그람,
이렇게 똑 부러진 공식을 제시할 방도가 없어 안타깝다.
알칼리 용액에서 붉은 색이 빠지는 게 보인다.
이 상태로 세 시간 쯤 두었다.
붉은색이 빠진 꽃잎.
노란빛이 어른거리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붉다.
빙초산 한 숟가락을 넣었다.
PH 검사지는 또 어느 구석에 처박혔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해서 내 주특기인 어림짐작으로.
대나무 섬유 소재의 스카프 두 장과 면 손수건 한 장을 넣었다.
순식간에 분홍으로 물든다.
이런 환장할 빛깔을 봤나.
소목과 코치닐에서 볼 수 없었던 눈부시게 화사한 분홍이다.
반복 염색을 하면 선홍빛이 나오겠지만 이대로 만족스럽다.
명년 봄 바람 부는 어느 날 목에 휘감고 여기저기 막 그냥 쏘다녀야지. ^^
홍화에서 미리 빼낸 노란 염액을 그냥 버리기 아까워
탄산칼륨 풀어 홀치기염한 광목을 넣어 봤더니,
세탁 과정에서 대부분 빠져버린다.
스카프 염색하고 난 붉은 물에 다시 슬쩍 담궜다.
거지 발싸개가 돼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