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우리 지역 환경보호단체 <맑은연천21> 회원들과
1박2일 선진지 답사를 다녀왔다.
첫날 울진의 망양정 공원과 바닷가에 인접한 성류굴을 보고
다음 날 일찌감치 영덕의 블루로드를 걸었다.
블루로드,세계화에 걸맞게 지어준 이름이겠지만 어차피 평범할 바에야
초록물결길 또는 쪽빛바닷길 같은
우리말 이름이 더 정겹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계절이 한 박자 늦게 가는 남쪽나라 답게 이곳 애기단풍은 지금이 절정이다.
후레쉬 없이 셔터를 누르니 카메라가 이거 찍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뒤늦게 마지못한 듯 또오옥 따악! 한다.
제 속사정 내 알바 없고 이런 데였지 하는 인증샷으로는 이만하면 됐다 싶다.
사람들 어른거리는 동굴 안 풍경이 마치 블랙홀 같아서 오히려 멋스럽기 까지... 하다고
감히... 주장한다.
실땅님을 비롯해 대부분 회원들이 절친한 지인들이라 여행이 곱배기로 즐거웠다.
성류굴 입구 특산물 파는 가게 앞에서 조막걸리 한 잔씩 돌리며.
망양정 공원
블루로드 길을 걷다보면 오징어나 청어 말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그곳 주민들에게는 일상적인 모습이겠지만 객들의 시선엔 남기고 싶은 특별한 풍경이다.
감국을 발견하신 실땅님.
바닷가 바위마다 갈매기들이 무리지어 앉아 끼룩끼룩 시끄러운데
저만치 홀로 서 고독을 잘근잘근 씹어대는
이런 녀석을 보면 은근 마음이 쓰인다.
할 수만 있다면 새우깡 한 조각 앞에 놓고 해 저무도록 그 속사정 얘기나 좀 듣고 싶다.
빈집이 보인다.
기역자로 지은 아주 작은 집이다.
마당도 손바닥 만하다.
인적 사라진 지 오래 된 것 같다.
대문 없는 돌계단 사이 시든 풀들만 소복하다.
문을 나서면 바로 바다가 보이고 집 뒤 큰 길 건너엔 야트막한 산이 있다.
무슨 사연이 있어 주인이 버리고 떠났는지 모르겠으나
내게는 꿈에 그리던 집이다.
저 집에서라면 해초나 뜯어 먹고 살아도 좋겠다.
감 깍아 처마 밑에 매달고 해풍에 꾸덕하게 말려 곶감 되면
장에 내다 팔아도 입에 풀질은 하지 싶다.
당장 집 주인을 찾아내 이 집 얼마요? 내 사겠소.
마음은 굴뚝이었으나 꾹 눌러 참고 돌아섰다.
일확천금의 행운이 내 인생에 깃들지 않는 한 이 참을성은 계속될 것이다.
다행히도 나는 참는 데 이골이 나 있다.
잠시 마음 머문 곳이라고 발길이 쉬이 떠나지 못해
정든 님 두고 미아리 고개 넘는 심정으로 뒤돌아 보고 또 돌아 보고...
꽃 만나니 빈집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미 다 시들어 그렇지 길 가에 해국이 지천이다.
우리 동네 코스모스처럼 흔한 게 해국이라 놀랐다.
꽃이 피는 계절에 다시 한 번 가 보고 싶다
영덕 축산항에 도착했다.
꽃 이름 공개 수배!
무화과 열매 처음 봤다.
초피나무도 보인다
청어 과메기
낯선 사람을 봐도 멀뚱멀뚱.
밥값 못 한다고 신발짝으로 등짝 얻어터지기 딱 좋게 생긴 개녀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