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여는 순간 코끝 쎄한 찬바람.
제법 맵다.
집안 환기를 시키려다 말고 서둘러 창문을 닫았다.
삼한사온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지 오래고 연일 푸근한 날씨가 계속되자
엘니뇨니 지구온난화니 걱정들이 많았다.
그래도 없는 사람 살기에는 우선 날 따순 게 반부주다.
밀가루장사 우산장사 아들 둔 어미처럼 이러면 이게 걱정 저러면 저게 걱정
걱정 없이 산다면 누가 시샘이라도 할까봐
나 역시 걱정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산다.
여수 가서 돈자랑 말고 벌교 가서 주먹자랑 말고 순천 가서 인물자랑 말고,
여기에 하나 덧붙여 철원 연천 와서 추위자랑 말고.
하지만 올 겨울 같아서야...
살다보니 추위가 반가운 날도 다있다.
미니가 준 도토리묵 한 덩어리.
이번에도 따뜻하게 먹고 싶어 전을 부쳤다.
양념장 없이 먹을 요량으로 도톰하게 썬 묵에 소금 밑간을 살짝 했다.
소금간을 빼고 슴슴하게 만들어 매콤한 달래장을 곁들여도 된다.
밀가루 묻히고 달걀옷 입혀 지져내면 되는 요리랄 것도 없는
초간단 요리 도토리묵전.
사실 이런 간단요리 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하기도 싫다.
주방에서 오래 머무는 건 내 취향 아니고.
폼나게 꾸밀만한 게 없어 달걀 푼 물에 달래랑 당근 조금 송송 썰어 넣었다.
여기에도 소금간을 했다.
미처 다 먹지 못하고 남아 굳어가는 묵을 이용해도 좋겠다.
혀를 자극하는 특별한 맛 없이 그저 순하고 따끈하고 부드러워
밥을 덜고 이것으로 대신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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