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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잘 가라, 내 작은 친구야.

by 타박네 2016. 2. 14.

 

 

    다롱이가 죽었다.

    여드레 전이라고 한다.

    제법 불어난 배가 힘겨운 듯 모로 누워 볕바라기를 하고 있던 다롱이.

    내가 본 마지막 모습이다.

    늘 그랬듯 그 앞을 지나며 걸음은 멈추지 않고 고개만 살짝 돌렸다.

    그리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다롱아! 불렀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겨우 실눈 뜨고는 또 너냐? 

    서운치 않을 정도의 인사를 받았었다.

 

    다롱이 낯잠용 자리가 말끔하게 치워졌다.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틀리는 법이 없다고 누가 그랬지.

    때마침 근처에서 비질을 하고 계시던 어르신께

    다롱이 전용방석이 사라진 이유를 여쭸다.

    새끼 세 마리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얼 잘 못 먹었는지 잘 못 됐는지 죽어버렸단다.

    새끼들도 어미따라 갔다고 한다.

    오래된 친구를 잃은 것처럼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다롱이는 사람을 경계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살갑게 잘 따르지도 않았다.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댄다던가 꼬리를 살랑대는 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다.

    꼬물대는 새끼들를 품고 있거나 잠을 자고 있거나 대부분 둘 중 하나였다.

    한겨울 칼바람 속에서도 온기 잃은 햇살에 의지해

    노상 낯잠을 즐길 만큼 잠이 많은 녀석이었다.

    그런 녀석을 보면서 혹시 환생한 디오게네스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고무통 화분에 진달래꽃 여리여리 피어 있던 어느 날엔가는

    나도 녀석 옆에 앉아 졸고 싶었다.

    혼자였다가 둘이었다가 더러 셋이거나 넷이었던 것만 다를 뿐

    언제나 볕바라기를 하던 모습만은 변함이 없었다.

    이제 변해버린 이 길을 지나야하는 이유 하나가 사라졌다.

    다롱이가 먼저 간 세상이 인간의 그곳과 다르지 않다면

    먼 훗날 한 번쯤 만나 물어보고 싶다.

    연탄집 처마 밑에서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잠들었던 날들,

    무슨 꿈을 꾸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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