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안쓰러운 것들에 대한~

        안도현/ 잡문 중에서

 

        설중화를 생각합니다.

        먼저 잎을 조금 쏙 내밀어 바람과 햇살과 빗방울의 간을 보고난 뒤

        음,그래 봄맛이군!

        확인한 뒤 꽃대를 올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직 바람은 퍼렇게 날을 세우고 있고

        꽃잎을 뒤덮은 눈은 유리조각처럼 차고 아플텐데 말입니다.

        알고 있습니다.

        왜 굳이 지금, 봄이 도착하기 전이어야 하는지.

        따사로운 햇살이 비단자락처럼 펼쳐진 화려한 봄날은

        조금 더 크고 강한 풀꽃들의 몫이죠.

        그들이 다투어 잎을 올리기 전에 서둘러 꽃부터 피워야 했을 겁니다.

        보이는 아름다움 이면에는 생존의 다급함과 절박함이 있습니다.

        작고 여린 생명의 세상은 그래서 더 가혹해 보입니다.

       

        여느 해에 비해 더 집요했던 꽃샘추위가 하룻밤 사이 떠나버렸습니다.

        눈 녹은 골짜기는 촉촉하고 달큰한 향기로 가득찼습니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복수초를 보았죠.

        장갑 벗은 내 손이 덜 시리다고 안쓰러움도 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