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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Book소리

나는 의미없이 단순해지고 있다

by 타박네 2016. 2. 25.

       삼월 세쨋 주 풀씨 모임,

       책 한 권을 선정해 토론하던 것에서

       각자 읽은 책을 가지고 나와 소개하는 형식으로 바꾼 첫날.

       외출하기 전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펼쳐놓고 고르는 기분이 이런 걸까?

       짐작이나 해본다.

       아무튼 좋구나!

       책도 옷이나 가구 혹은 장신구처럼 각자 나름의 취향이 있어

       마음 가는 대로 손이 가고 눈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또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돌이켜보니 오십대를 넘어서기 전까지는

       주로 역사나 종교,추리소설에 심취했었던 듯하다.

       한번 발동이 걸리면 지정한 작가 한 사람의 책들을

       가능한 몽땅 구입해 디립따 파는 데 열을 올리기도 했었다.

       그 대표적 작가가 김훈, 성석제, 이윤기,베르나르 베르베르,

       히가시노 게이고,파올료 코엘료 등이었다.

       바깥 활동이 잦아지면서 책의 내용과 무게가 한결 가벼워졌다.

       산뜻한 재미는 있으되 두껍거나 무겁지 않은 책.

       가방 속에 없는 듯 쑤셔넣고 다니려니 어쩔 수 없었다.

       늘 메고 다니는 짐가방은 늘 잡다한 무언가로 가득 차있어

       책 한 권 온전히 받아 품기 힘들었다.

       최근에는 그마저 퇴출당했지만.

       어느덧 나도 호모 인터네티쿠스!

       지하철에서도 책 대신 스마트폰이다.

      

       근래 <창문엽서>와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번갈아가며 읽었다.

       단순하게 심심하게 말갛게 살고 있는

       박성우 시인의 글과 사진이<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아주 좋은 예처럼 느껴져 어색함이 없었다.

       두 권의 책을 들고 나가 꺼내놓으며 문득 깨달았다.

       또 변했구나.

       언제부터였지?

       글밥이 많은 책들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독서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탓이다.

       그나마 예쁜 삽화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

       산문 또는 시집에 관심이 남아있는 것만도 감사할 일.

       이마저도 어려워지면 그림 동화책라도 읽어야지 뭐 어쩌겠는가.

       나는 나쁜 방향으로 빠르게 단순해지고 있다.

       가끔 불안하다.

       소중한 것을 소중히 하기 위해 소중하지 않은 물건을 줄인다.

       소중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그 외의 것을 줄인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중에서.

      

       버리기는 사랑과 더불어 내 평생의 화두였다.

       비록 나쁜 쪽으로 머리가 단순 멍청해지면서

       생각이며 살림살이가 복잡해졌지만

       간소하고 간결한 삶을 위한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소중한 것과 소중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지혜다.

       소중하지 않은 것 따위에 마음과 시간과 공을 빼앗기고 있는 건 아닌지.

       버리고 또 버리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만 말이다.

       정말 소중한 건 버려도 다시 돌아온다는 진실.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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