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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인사동 나들이

by 타박네 2016. 3. 10.

        

    반디앤루니스 종로타워점과 인사동거리,

      알라딘 중고서점이 있는 지하철 종각역은 이제 익숙한 장소죠.

      설마 또 오겠어? 했던 꽃샘추위가 

      설마했던 사람들 잡아족칠 기세로 그악스런 아침.

      태백산 간다고 산 털점퍼에 털장화,털장갑까지 중무장하고

      1호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지인이 에스키모같은 나를 보며 풋! 웃습니다.

      아무리 뼈시린 꽃샘추위기로 그 차림은 좀 과하네요.

      그래도 봄인데...합니다.

      아뇨.

      오늘은 절대 과하지 않았어요.

      정말 추웠거든요.

 

      내릴 역 대여섯 정거장을 앞둔 즈음 할머니 한 분이 제 앞으로 오셨어요.

      당연한 일로 자리를 내어드렸죠.

      미안합니다,고마워요 하시고

      저는 또 만면의 미소와 함께 괜찮습니다 하는 것으로

      형식적인 자리교체 인사를 주고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 정거장쯤 더 갔을까요?

      내릴 준비를 하시던 할머니가 저를 보며

      덕분에 행복했수,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 합니다.

      순간 잠시 내어드린 자리 하나로 받는 인사치고 너무 과하다 싶어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죠.

      멋쩍게 웃는 수 밖에요.

      뒷통수도 긁었나 모르겠네요.

      과잉칭찬,과잉친절,과잉보상은 불쾌하거나 불편하거나 불안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과한 덕담은 참 기분좋았습니다.

      글이라면 모를까 마음엔 있어도 입 밖으로 내뱉기 어려운 인사를

      자연스레 하시는 할머니가 부러웠습니다.

 

      음식물을 씹는 행위는 노화와 치매,집중력, 감정조절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껌만 씹어도 머리가 좋아진다'라는 책을 대충 훑고 지나갑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내일 당장 마트에 가서 대형포장된 껌을 왕창 사다놔야지 했죠.

      지난 번 세밀화로 그린 야생화도감에 이어

      오늘의 살까 말까 책은 동화 '잠자고 싶은 토끼'였어요.

      읽어만 주면 못 재울 아기가 없답니다.

      불면으로 검은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어른들에게도 효과가 있을까요?

      살까 말까 할 때는 사라

      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는 말이 있죠.

      저마다 의견이 분분합니다만 저는 그래요.

      살까 말까 고민한다는 것은 꼭 필요한 건 아니라는 의미이므로 안 사고

      줄까 말까 망설여진다면 진정성 부족의 이유를 들어 안 줍니다.

      다만 갈까 말까 할 때는 가죠.

      일단 가는 건 가고 봅니다.

      되돌아 오는 한이 있더라도.

      해서...나름의 그 원칙에 따라

      살까 말까 망설이던 동화책은 다 읽은 뒤 제자리에 꽂았습니다.

      대신 지난 풀씨모임에서 혜진이가 추천한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망설임 없이 구입했어요.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라는 부제를 처음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났지만

      수록된 시를 읽는 내내 가슴 속에 물결이 출렁입니다.

      그 물결은 서늘하기도 하고 따숩기도 합니다.

      서점 소풍을 마치고 인사동 거리로 나섰죠.

      옛날 과자 파는 곳에서 하얀 십년사탕을 발견했습니다.

      주인은 십리사탕이라고 부르더군요.

      그말이 그말이죠.

      십리사탕 세 개에 천원.

      주머니에 넣어온 사탕 세 개는 삽십리 길 떠날 때 요긴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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