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에 명자나무가 보입니다.
참을 수 없는 붉은 본능이 묵은 가지의 겨드랑이를 뚫고 나왔습니다.
봄날의 명자꽃은 위험합니다.
그 노골적 유혹에 하아~ 그만 가슴 무너져내리기 십상이죠.
그래서 울안에는 명자나무를 심지 않는다면서요?
명자꽃에 취해 울렁울렁 꽃바람이 들면 집 뛰쳐나간다나요?
명자꽃만 그렇겠어요?
꽃멀미 나기는 살구꽃,복사꽃도 매한가집니다.
연둣빛 새싹은 또 어떻구요.
정갈하고 정돈된 마트보다 오일마다 열리는 장터를 좋아합니다.
친구와 함께 가면 더 재밌죠.
친구가 사면 계획에도 없었던 찬거리를 덩달아 사기도 합니다.
물미역보다 곰피가 훨씬 맛있지 하길래 한 묶음 집어들었어요.
풋마늘을 사길래 나도 따라 샀죠.
쪽파 이천원어치 사서 반씩 나눴구요.
언제 무엇이 되어 식탁에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장에서 제일 싱싱해 보이는 표고버섯도 조금 샀습니다.
늘 그렇듯 장구경만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햇살이 많이 기운 시간 허겁지겁 들어와
곰피 데치고 초고추장에 툭툭 썬 풋마늘을 무쳤습니다.
지난 장에 사서 남아있던 봄동 꺼내
양념 바르는 시늉만 한 겉절이도 만들었어요.
푸릇한 반찬 만드는 일이라면 좁아터진 부엌일망정 신이 납니다.
풋마늘 썰다가 칼을 놓쳐 발등에 꽂힐 뻔 한 것만 빼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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