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날 씨앗장사가 나온 걸 보고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며칠 전 슬그머니 가봤죠.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마른 고춧대며 검은비닐만 걷어낸대도
몇날 며칠은 걸려야 할 듯 싶었어요.
아침 나절 세경 안 줘도 되는 만만한 놉 사서 앞장세웠습니다.
철물점에서 낫 하나 사오더니 척척 슥슥 일 잘합니다.
고춧대 뽑아 질질 끌고가다 잠깐 쉬고
비닐 두어 고랑 걷고 나서 또 쉬는 나 따위는 거들떠도 안 봅니다.
어쩌다 눈 마주치면 성가시니 저리가라고,
닭장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개 쫓듯 하더군요.
그마저도 오래가진 않았죠.
열정적으로 일 좀 할라치면 못 할 만한 무슨 일은 꼭 하나 터집니다.
오늘은 쇠봉에 머리 들이박는 것으로요.
철망 사이 만들어놓은 작은 출입문 통과하다 그리 됐어요.
누가 내다버린 아기 의자에 흔들리는 골을 부여잡고
한동안 찍소리 없이 앉아 있었죠.
정말이지 목 부러진 줄 알았습니다.
키가 그렇게 커? 하는 놉님 비야냥에
하마터면 쇠스랑 들고 뛰어가 찍어버릴 뻔 했어요.
어찌됐건 정리는 얼추 마쳤습니다.
한쪽에 수북 모아놓은 고춧대 해결하자면
아무래도 벽돌 좀 주워다 쌓고 솥단지 하나 걸어야겠어요.
닭을 삶던 양파껍질을 끓여대던 무슨 수를 내긴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