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올해도 친구 재벌이 잊지 않고
남편이 속한 무슨 단체에서 나온 수첩 하나를 챙겨준다.
크기도 작고 두께도 맞춤해 메모지 대신 가지고 다니며 잘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단체의 이름이 커다랗게 새겨진 비닐커버.
은근히 신경쓰이더니 어느 날부터인가는 대놓고 신경이 쓰이길래 홀딱 벗겨버렸다.
막상 벗겨놓고 보니 없어도 없어도 그렇게 없어 보일 수 없다.
시간 날 때 옷 하나 만들어 입혀주지 뭐.
그랬던 게 두 달 전 쯤.
나는 괜찮지만 너덜너덜 흥부네 이불 꼬라지가 된 수첩을 보고는 남들이 흉볼까봐
할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옷 한 벌 지어 입힌 날.
광목(양파껍질 염색)에 꽃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