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나무
분꽃나무
뻐꾹채
할미꽃
솜나물
넓은잎제비꽃
사진 정리를 하며 보니 어제 하루가 참 길었던 것 같습니다.
남들 단잠에 빠졌을 시간 집을 나서 우리 송중기 나오는 드라마가 끝나버린 뒤에야
흙투성이가 된 등산화를 벗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이 예쁜꽃들을 두고 어떻게 가느냐며
뒤돌아 보고 또 돌아보고 무슨 한 많은 미아리 고개 넘듯 하던
실땅님 얼굴이 떠올라 웃음이 납니다.
꽃을 바라보던 그 순간 만큼이나
보고 와서 잠자리에 든 순간도
이렇게 다시 꺼내 보는 순간도 행복합니다.
먼 훗날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기억이 있다면
그 때도 행복하겠지요.
이제 뭐라도 좀 먹고 밭 갈러 가야겠습니다.
그저께 락도요 선생님댁에 가서 잔뜩 싣고 온 개복숭아 나무며 딸기,
황금달맞이꽃들이 상자에 담긴 채 널브러져 있어요.
흙냄새를 그리워하는 씨앗들도 줄 서서 기다리고 있구요.
속절없이 봄날은 가고 있는데 꽃구경 다니느라
꽃나무 심을 새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