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일상

기쁜 소식

by 타박네 2016. 6. 15.

            농협마트에서 장보기를 시작하려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흡! 깜짝 놀랐어요.

              도둑 제 발 저린 거죠.

              저녁 먹고 들어간다거니 맛있게 먹으라거니

              통상적이지만 언제 들어도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중에도

              머리 속으로는 빠르게 저울질을 합니다.

              불행한 소식과 기쁜 소식 중 무얼 먼저 전할까...

              결심했습니다.

              쓰디 쓴 초콜렛을 먼저 먹이기로.

              나 방금 주차하다가 카트 보관대를 들이박았어.

              운전석 쪽 뒷문 조금, 아주 조금 긁혔어.

              조금을 힘주어 강조합니다.

              물론 그 조금이란 부욱 또는 찌이익... 깊고 긴 자국을 말하는 거죠.

              반 박자 쉬고,

              먼 곳에서 떠나온 대답이라 그런지 느리고 가늘게 도착합니다.

              괜찮아, 다 그래.

              기쁜 소식도 있어.

              조금 화사해진 목소리가 재빨리 되묻습니다.

              뭐?

              나 하나도 안 다치고 하나도 안 놀랬어.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다행이네,잘했어 합니다.

              뭐 칭찬까지 기대한 건 아닙니다.

 

              실땅님이 저녁밥 대신 먹자고

              방석만한 부추부침개 두 장을 들고 왔습니다.

              건강 보조식품으로 아마씨가 좋으니 대마씨가 좋으니 떠들다가

              갈수록 흉악해지는 범죄 얘기로 넘어갔어요.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자는 아들에게 뜨거운 기름을 부었다는

              끔찍한 뉴스를 전합니다.

              가족도 못 믿을 세상이 됐어.

              우리 때는 안 그랬잖아.

              바깥에서 무슨 짓을 하고 들어와도 가족은 품어줬지,

              위로도 되고 말이야.

              한숨을 쉬다가 혀를 차다가 실땅님과 나의 우리가 아닌

              남편과 나의 우리에 생각이 미칩니다.

              헥! 나 오늘 밤 눈 뜨고 자야 하는 거 아냐?

              아니면 가끔 한 번씩 눈을 번쩍번쩍 떠봐야 하나?

              혹시 삭이지 못한 분을 집까지 가지고 오는 건 아니겠지?

              너스레를 떨자 아이고, 지랄도...실땅님이 김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습니다.

              장마스러운 비가 진종일 오락가락합니다.

              기름 좔좔 흐르던 방석만한 부침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어요.

              다이어트에는 아마씨보다 대마씨가 더 좋대.

              정말?

              나날이 얇고 가벼워지는 제 귀가 팔랑팔랑, 나비처럼 팔랑댑니다.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난 7일간의 기록  (0) 2016.07.16
안부  (0) 2016.07.05
참 아름다운 사람  (0) 2016.05.18
긴 하루  (0) 2016.05.15
어제  (0) 201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