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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일기

텃밭일기13

by 타박네 2016. 8. 16.

 

             꽃동무님이 주신 야생화 선물 2탄.

              씨앗에서 틔운 새싹들입니다.

              출입문 바로 옆에 심었어요.

              꽃밭은 지금 허벅지까지 자란 풀들로 정글이 됐죠.

              지나던 어르신이 소 두어마리 사서 풀어놓으면 마치 좋겠다 하십니다.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안 들렸으므로 진심으로 받아들이고는

              귀여운 송아지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텃밭 풍경을 그려보았습니다. 

              아주 잠깐요.

 

              공단풀이며 여우주머니는

              어쩔 수 없이 채소밭 한귀퉁이에 더부살이를 해야합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안전합니다. 

              이른 봄 주신 씨앗 중에 싹이 난 것은 쇠채아재비 뿐이었죠.

              자라는 양이 천덕꾸러기 풀인지 꽃 보자는 야생화인지

              당최 구별이 어려운 게 어째 불안 불안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 아침 남편이 휘두른 낫에 비명횡사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죠.

              머리 꼭대기에 화롯불을 이고 있는 듯한 이 더위에

              제초작업 해주는 것만도 감사해 그야말로 찍소리 한 번 못했습니다.

              그렇게 쇠채아재비도 끝장나 버렸어요.

              하긴 뭘 더 바라겠어요.

              시들어 쓰러진 수레국화를 정리해 달라 했더니

              한창 예쁘게 꽃 피우고 있는 백일홍을 몽땅 뽑아놓고는

              나 잘했지 하는 양반한테요.

              그 모든 사건은 내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벌어졌습니다.

              이번에도 아야 소리 한 번 못하고 치미는 울화를 꿀꺽 삼켜야 했죠.

              최근들어 힘키는 텃밭일은 사실상 남편이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움을 주는 만큼 피해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밭에 혼자 보내기가 무서울 지경입니다.

              물귀신처럼 집요한 풀들이나 닥치는 대로 뽑고 베어버리는 남편이나

              꽃들에게는 위험하긴 매한가집니다.            

            화분을 잘라 울타리를 대신했습니다.

              정신 사납긴 하지만 새싹들의 안전을 위한 자구책입니다.

 

            뒤죽박죽 자연스럽네요.

              마음에 듭니다.ㅋ            

             초석잠입니다.

               먹을 생각은 애당초 없었으므로 그냥저냥 꽃 피는 모습이나 지켜보고 있어요.

 

              앞으로 생쪽염색은 한 번만 더하고 몽땅 씨를 받을 작정입니다.

               성장 속도도 빠르고 잎이 넓어 어지간한 풀들 따위에는 자리를 빼앗기지 않더군요.

               해서 여간 마음에 드는 게 아닙니다.

               내년에는 많이 심어야겠어요.              

 

             홍화열매는 언제 채취를 하는 건지,

               어떻게 씨앗을 털어야 하는지 몰라 눈만 꿈뻑이고 있습니다.

               폭풍 검색질에도 불구하고 흡족한 해답을 찾지 못했어요.

               우선 이대로 꼬들꼬들 말려볼 참입니다.

               건들면 인정사정 없이 찔러대는 통에 덤벼들기도 무섭습니다               

 

              박하와 땅콩과 비트가 풀들과 사이좋게 잘 자라고 있어요.

              그러고 보면 정작 예민한 건 사람인 것 같습니다.

            상추 수확은 아무래도 오늘이 마지막일 듯 싶네요.

              한 소쿠리 씻어 밥도 없이 두부쌈장만으로 배불리 먹었습니다.

              입안에 감도는 쌉싸레한 여운이 참 기분좋은 점심이었죠.              

              어쩌자고 비트 씨앗 한 봉지를 다 뿌렸을까요.

              입맛에 맞지도 않고 즐기는 채소도 아니라 후회막급입니다.

              가늘게 채썰어 월남쌈으로나 조금 먹어볼까 하고 몇 뿌리 뽑았습니다.

            수박만큼 커버린 호박입니다.

              숨바꼭질 선수죠.

              어찌나 꼭꼭 잘 숨었던지 저리 늙도록 못 찾았다니까요.

               카페 온실에 들려 시원한 커피 한 잔 들이키고 왔습니다.

               때마침 신탄리행 경원선 기차가 지나갑니다.

               오십 평생 보면서도 매번 처음인양

               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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