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엉겅퀴꽃이 흐드러졌습니다.
연천에는 지금 코스모스와 메밀꽃같은 가을꽃 축제가 한창이지요.
이참에 저도 곤드레만드레 축제나 열어볼까요?
정말이지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에요.
풍성한 꽃밭은 벌과 나비의 천국입니다.
온갖 나비와 나방과 벌들로 와글와글 꽃밭은 지금 시골 장터같습니다.
여뀌를 꼭 닮은 쪽입니다.
말간 옥빛이 좋아 실크스카프 생쪽염을 서너 번은 했을 겁니다.
하지만 쉽게 탈색하는 통에 실망이 컸죠.
내년에는 깊이 고민해봐야할 작물입니다.
무밭을 점령한 인정머리 없는 초록벌레들이 저 먹으라고 남겨둘 것 같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나무젓가락을 들고 나섰습니다.
잡는 족족 가능한 멀리 던져버렸죠.
다시 찾아 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햇땅콩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어느 새 수확할 때가 됐어요.
조심스레 줄기를 들어올리자 뽀얀 땅콩이 못 이기는 척 얼굴을 내밉니다.
한 알 떼어 껍질을 까봤어요.
빈틈이 없을 정도로 살이 차올라 여간 실한 게 아닙니다.
이번 주말 거둬들일 예정입니다.
어쩌자고 비트 씨앗 한 봉다리를 몽땅 들이부었을까요.
달라는 사람도 없고 나 먹기도 싫어 풀 반 비트 반,
그렇게 되도록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풍문에 듣자니 비트를 얇실하게 썰어 말려두면
차로도 마시고 장아찌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도가 높답니다.
햇살 좋은 날 말랭이하면 되겠어요.
이것도 주말에 작업 들어갑니다.
한여름에는 보고 돌아섰다 다시 보면 그새 쑥 커있던 호박이 뽀득뽀득 마디게 자랍니다.
사나흘만에 가도 아직 조막 만합니다.
조석으로 찬바람 좀 돈다고 텃밭 시계가 느려터졌어요.
마를 넣고 간 우유 한 잔과 제철과일, 반숙 달걀,구운 고구마나 구운 감자 또는 빵 한 쪽이
십여 년 째 이어오는 우리 집 아침 밥상입니다.
최근들어서 고구마나 빵 대신 호박전이나 가지전을 자주 만들어 먹습니다.
아침부터 기름진 전이라니 부담스러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재료가 신선하니 달고 부드럽습니다.
무엇보다 든든해서 좋아요.
욕심부리지 않았어요.
정말이지 국 한 솥 끓일 만큼만 씨앗을 뿌렸습니다.
이제 슬슬 욕심이 나는군요.
대문 걸어 잠그고 저만 먹을랍니다.^^
미니 말처럼 상추는 너무 늦었나 봅니다.
고장난 실땅님 차 수리가 완료 됐다기에 찾으러 갔습니다.
'우정밧데리' 담장에 소복하던 하얀 나팔꽃이 올해는 어째 시들합니다.
텃밭 울타리에 심으면 좋겠다 싶어 황언니 남편인 사장님께 씨앗을 부탁하고 왔어요.
채취하면 인편에 보내주시겠답니다.
몇 알 안 되지만 붉은 고추는 따는 족족 어르신들 평상에 놔둡니다.
해 나면 내놓으시고 날 흐리면 들여놓으시고 꾸덕해지면 꼭지도 따주시고
다 마르면 자전거 보관대 위에 올려둡니다.
덕분에 태양초 먹게 생겼어요.
어르신들 채소 말리는 한쪽에서 텃밭고추 가을볕에 잘도 마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