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궂던 늦장마도 절기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요 며칠 하늘은 순한 똥강아지 같았죠.
아무데나 막 걸어다니고 싶어지는 계절이 시작됐습니다.
그렇다면 묻고 따질 것 없이 여기죠.
이 들판은 집에서 아주 가깝습니다.
지척에 이렇게 신나는 놀이터를 두고도 오랜 세월 밖으로만 쏘다녔어요.
등잔밑이 어둡긴 합니다.
※ 장화필수!
터를 잘못 잡은 탓에 대부분 제초제 세례를 받았죠.
겨우 살아남은 공단풀입니다.
절체절명의 위기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하루아침에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높죠.
씨앗이 여물면 받아두었다가 내년 봄 텃밭에서 키워볼 생각입니다.
주름잎
벗풀
가래
물 속 우렁이를 찍었는데 전깃줄이 더 선명하네요.
꽃 중의 꽃, 벼꽃입니다.
고마운 꽃입니다.
돌콩
눈을 씻고 봐도 털이 안 보이므로 부처꽃.
수크령
질경이택사
금강아지풀
바람하늘지기와 미국좀부처꽃
들판에 흔한 물웅덩입니다.
그리 크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품은 넓죠.
먼 산과 하늘을 통째로 품어 안을 만큼.
백령풀
생존방식은 참 다양하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끔찍합니다.
볼 때마다 제 숨통이 막히는 것 같습니다.
새삼
한해살이 불암초.
불암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꽃 모양이 어째 익숙하다 했죠.
그러고 보니 아욱꽃을 닮았습니다.
길뚝아욱이라고도 한다는데 참 기막히게도 지었네요.
개체수는 많으나 시기가 조금 늦었습니다.
이 정도의 인연만도 감사하죠.
석잠풀
익모초
지난 해 제법 실하게 자란 수박풀 자리를 다시 찾았으나 끝내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서운함이라니...
대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저 홀로 꽃 피우고 씨앗을 맺은 작은 수박풀 하나 만났어요.
꽃 못 보면 어때요.
아무 상관 없습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되고도 남습니다.
저는 수박풀이 그렇게 좋더라구요.
자주덩굴별꽃
금불초
새팥
개발나물
부들
나무 하나를 완전히 휘감은 사위질빵.
무섭고도 아름다운.
쥐똥같은 덩굴별꽃 열매와 사위질빵
익모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