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꽃자리를 찾아다닐 때마다 제가 늘 하는 다짐이 있습니다.
어설픈 사진 욕심내지 말고 꽃과 꽃이 있는 풍경을 충분히 느끼고 즐길 것.
십 년째 굳이 똑딱이를 고집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밭에만 서면 출발 전 했던 그 다짐 따위는 헌신짝이 되고 말죠.
이제 막 지구별에 도착한 착한 외계인에 빙의된 것처럼 신기하지 않은 꽃,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는 거에요.
이 꽃별에서 가능한 한 크고 무거운 보따리를 챙겨 돌아가고 싶어지는 겁니다.
다행인 건 싸들고 온 보따리를 풀고 나서 후회와 반성이 빠르게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허접한 그림들을 미련없이 휴지통에 처박아버린다는 겁니다.
하지만 물매화 앞에서 그 공식이 깨졌습니다.
어쩌면 한결같이 예뻐서 무엇 하나 빠뜨릴 수가 없었죠.
휴지통에 버리는 걸 골라내기도 힘들었구요.
버리면서 미안하기도 처음이었어요.
그건 아름다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죠.
살다 살다 별 그지같은 고민을 다 했습니다.
사랑사랑 내 사랑이야,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저리 가거라 뒷태를 보자...
네, 그랬어요.
꽃더러 오라 가라는 못하니 제가 엎어졌다 자빠졌다
내리 봤다 치올려 봤다 다가섰다 물러났다 생쑈를 하는 수 밖에요.
벌건 대낮이었지만 부끄럽지도 않았습니다.
무모한 용기,분별력 상실,사랑에 빠지면 생기는 증세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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