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이렇게 보고 싶으면 병이다.
깽깽이풀 보라 꽃잎 속에는 하늘이 가득 담겨 있을 테고
한두 송이만 봐도 부자된 듯 가슴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금붓꽃이
계곡을 밝히고 있을 그곳.
다시 시절이 돌아왔고 나는 밤잠을 설쳤다.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
차량 통행이 많지 않고 잠깐이면 되지 싶어 비상등을 켜고 길 한쪽에 주차를 했다.
마른 풀숲 살펴볼 겨를은 없었다.
이제 하나 남은 깽깽이풀과 짧은 눈인사 나누고
조금 비탈진 자리에서 번쩍이는 금붓꽃을 향해 발을 옮기던 그때,
우르르릉 지축 흔들리는 소리.
탱크가 몰려오고 있었다.
차를 치워줘야겠구나 싶으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뛰어 내려오다 넘어져 가시덤불에 여기저기 긁혔다.
집에 와서 보니 발목과 팔꿈치 가슴까지 가관이다.
그래도 좋다고 히죽히죽 웃음이 나는 거 보면
병이 깊다.
오랜만에 하늘 맑은 날.
녹화족도리풀 애기송이풀 여전하고 왕제비꽃 눈꼽만한 꽃봉오리 달고 있는 거 봤으니 됐네.
실짱,쑥이나 한 줌 뜯어갑시다.
국 끓이고 전 부쳐 봄 맛이나 좀 봅시다.
바위 틈에 쑥이 소복소복 하도 탐스러워 한 줌이 한 봉다리 되도록 욕심을 부렸다.
잘 했지 뭐.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어르신 세 분이 평상에 앉아 계셨다.
쑥 배달왔습니다.
어르신들 무릎 위에 봄 한 움큼씩!
그렇지!
봄맞이꽃을 봐야 진정 봄이지.
대광골 초입에서.
너른 길 한가운데 턱 버티고 선 콩제비꽃.
당랑거철,겁 없는 사마귀 한 마리가 수레를 막고 섰다는 옛얘기가 생각났다.
아이고, 욘석 자신감 좀 봐라.
지는 해를 받고 선 폼이 제법 위풍당당.
무릎 꿇을 만 했다.
흰털제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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