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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와 풍경

명성산,광덕산

by 타박네 2018. 4. 24.

   광덕산 근처에서 실장님이 느닷없이 차 머리를 돌렸다.

   일단 거기 먼저 가 보자.

   옆자리에 실려 다니는 나야 뭐 아무려나...

   맘대로 하쇼.

   등산로 초입까지 들어가는 계곡 옆길은 지난 해보다 더 거칠다.

 

   오르는 길에 쌓인 낙엽을 밟으니 거의 무릎까지 푹푹 빠진다.

   그리고 연이은 진달래 꽃길.

   꽃길만 걷게 해줄게는 이런 데 와서 할 말인 듯.

 

 

 

 

    지난 해 탐스런 꽃을 보여준 큰꽃으아리.

    길에서 가까스로 비켜나긴 했으나 안전해 보이진 않았다.

    근처에서 주워온 돌로 영역 표시를 하고 마른 나뭇가지 하나 꽂아주었다.

    꽃 피면 다시 보자.

 

    능선에서 만난 유일한 꽃이다.

    복주머니란

    춥고 어두웠던 시간들을 견디고 다시 왔구나.

     고맙다.

   제멋대로 볶음밥과 눌은밥,달래장떡 몇 조각.

   사방이 탁 트인 능선에서 점심을 먹었다.

   줄곧 차고 다니던 허리보호대를 풀자 좀 살 것 같았다.

   이건 뭐 참피언밸트도 아니고 코르셋도 아니고...휴우

   누가 시킨다고 할 짓은 절대 아니지.

   자꾸 웃음이 났다.

   산에 가면 이래저래 웃을 일 뿐이다.

   올라온 길 반대 쪽 상황은 어떤지 조금 걸어봤다.

   오십보 백보.

   아는 길로 되돌아 나왔다.

    남산제비꽃

    저쯤 어디에 무슨 꽃 군락이 있었던 것 같은데?

    왜 우리가 그랬잖아.

    다음에는 꼭 보고 가지고.

    여기까지 실장이 말하면 다음엔 내 차례다.

    할미꽃.

   

    약속이나 한듯 기억을 조각내 나눠 갖는다.

    나는 꽃이 있었던 장소를 기억 못하고 실장은 무슨 꽃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합치면 완성!

    옛날 동화책에 나오는 앉은뱅이와 봉사 이야기랑 비슷하지 않아?

    또 웃는다.

   좌라락 깔린 시든 잎들로 미루어 보아 각시붓꽃의 지난 봄 영화는 대단했었던 듯.

    솜나물

 

   해가 길어 좋다.

   명성산 자락을 휘젓고 내려왔는데도 시간이 남는다.

   다시 광덕산으로.

   운 좋으면 나도바람꽃을 볼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연령초도 한두 송이?

    얼레지

  

    올들어 예쁜꽃 찾아내는 재주가 확 늘었다.

    그건 순전히 이 휴대폰 카메라 덕이다.

    사진찍기보다 어슬렁 어슬렁 돌다니는 시간이 많으니 당연한 결과다.

    갖다 대고 톡! 터치 한 번으로 촛점 맞추고 찰칵!

    순식간에 기념샷 남기고 다시 어슬렁.

    실장님이 촬영 삼매경에 빠져 있는 시간 나는 대부분 어슬렁이다.

    시력이 좋아져 잘 찾는 게 아니라 시간이 많아서 잘 찾아내는 거다.

 

   큰개별꽃.

 

    키 작은 꽃들 사이에서 박새의 큰 몸집은 그악스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너른 잎에 살몃 기대어 핀 얼레지나 현호색 홀아비바람꽃을 보고 있노라면

    박새가 서둘러 잎을 키운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박새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아직 싸늘한 골짜기 바람을 저 여린 꽃들이 홀로 견뎌야 했을 것이다.

 

 

    홀아비바람꽃

   늦은 오후,습한 바람이 몰려 다니기 시작했다.

   그 때마다 홀아비바람꽃들은 몸살을 앓았다.

   바람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꽃 가까이 들이대고 있던 휴대폰이 파르르 떨렸다.

   아이고, 팔 떨어지겠네.

   잠시 쉴 요량으로 홀아비바람꽃에서 휴대폰과 시선을 거뒀다.

   그리고 무심히 고개를 돌려보니

   어머나, 세쌍둥이다.

   얼떨결에 나도바람꽃을 찾았다.

 

 

 

 

 

    연령초

 

    금강제비꽃

 

 

 

    붉은참반디

 

 

   

    동의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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