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의 목욕탕과 술 /구스미 마사유키
목욕탕과 술이라니.
저자처럼 즐기지는 않지만 목욕탕이라면 나 역시 할 말이 많다.
그리고 저자와 달리 목욕탕에 관한 부정적 편견이 있었던 사람이다.
기껏해야 동네 작은 목욕탕이 경험의 대부분이라 그럴 수도 있다.
쏟아지고 퍼붓고 뿌리고 흐르는 물소리가
타일벽에 부딪치며 부서져 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거칠게 일렁이는 듯한,
그래서 배멀미같기도 하고 고산병같기도 한 불쾌한 느낌.
불편한 지인이라도 만나게 되면 웃기도 그렇고 숨기도 그런 난감함,
남의 속도 모르고 사돈의 팔촌까지 안부를 물어오면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은 절망감 ,
들고 있던 바구니로 어디 부터 가려야 하나,폴더폰처럼 몸을 반으로 팍 접어버리고 싶어지면서
턱까지 차오르는, 팔도에 널린 육두문자를 속사포처럼 쏴대고 싶은 격한 충동.
됐다는 데도 한사코 달려들어 사포같은 이태리 타월로 등가죽을 홀라당 벗겨놓지를 않나,
또 거듭 거듭 사양하는 데도 수분 보충은 목욕의 필수라며 달달구리한 요구르트를 손에 쥐어주고는
기어이 보는 앞에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빨아들여 쪽! 소리가 나는 걸 확인하려 하지를 않나,
아, 정말 미치도록 싫었다.
게다가 급기야 호흡곤란 증세로 기절까지 한 경험도 있다.흐이그.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는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이고
내가 지금처럼 뻔뻔하지 못했을 때이니 거의 삼십 년 전,고려짝 이야기다.
지금 그 시절 생각을 하면 으으... 아아아...그 다정함.
고마웠어요.
목욕탕을 놀이동산쯤으로 여기는 친구들이 있다.
지옥의 유황천을 연상케 하는 열탕 안에 들어가 세상 평화로운 얼굴을 하고
반 시간 넘도록 앉아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그 표정에 속아 다리 한 짝을 쑥 디밀어 넣은 적이 있다.
으악! 그건 역사책에서나 봤던 팽형이었다.
특전사보다 더 대단한 그녀들,지금도 여전하다.
술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없다.
까스 활명수 마시고도 살짝 취한다.얼쑤~
내 인생과, 내 몸이 알콜을 받아들였다면 아마도 지금과 다른 삶을 선택했지 싶은데...
좀 더 유연하고 너그럽고 용감하고 즐겁고 그리고...어쩌면 알콜 중독자가 됐을 수도.
지금, 온몸으로 맥주를 받아들이고 영혼을 다 바쳐서 맞아들인다.
사랑, 그런 느낌이다.28p
알 것 같다.
동막골 온천에서 목욕을 마치기 무섭게 카페로 달려가 차가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는
크아,탄성을 내지를 때와 같을 것이다.
나도, 사랑,그런 느낌이다.
선을 넘지 않는 라떼